[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자유민주를 추구하는 대만이 국가보안법(정식명칭: 국가안전법)을 수정, 간첩 활동을 하는 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20일 대만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입법원(국회)를 통과한 국가안전법 수정안이 통과됐다.
간첩활동을 하는 자는 최소 7년형 또는 최대 1억 대만달러(약 40억 원)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대만의 국가안전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대 100만 대만달러로 형을 대체할 수 있었다. 많은 대만인들은 이 법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
수정안은 형사적 책임을 대폭 강화시킴은 물론 외국과 대만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중국으로 처벌 내용을 나누었다.
수정안에 따르면 중국을 위한 조직(단체) 발전에 가담할 경우 7년 이상의 유기징역, 최소 5천만 대만달러에서 최대 1억 대만달러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군사 공무원, 교사가 내란, 외혼 혐의가 확정되면 퇴직금 전액을 박탈 당하며 이미 수령했을 경우 국가에 환납해야 한다. 외국을 위해 간첩활동을 한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대만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이 법의 적용 범위는 인터넷까지 확대됐다. 인터넷으로도 간첩 행위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수정안은 소위 '빨갱이'의 의미인 '적색분자'(赤色份子)를 비롯해 '훙산쥔'(紅衫軍)이라고 불리는 친중국 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붉은 셔츠는 2007년 대만의 반(反) 천수이볜(陳水扁) 시위대에서 시작된 말이다. 당시 이들은 천수이볜 총통의 하야를 외치는 운동(百萬人民反貪腐倒扁運動)을 주도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든지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국가를 배반하고 대만 국민을 해한다면 가장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정부는 언론(표현)의 자유를 중시하지만 절대 대만의 자유를 악용해 대만의 자유를 해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자유가 높은 대만은 젊은 층일수록 '하나의 중국', '일국양제', '중국몽' 등 중국이 내걸고 있는 정책, 사상에 대한 반감이 매우 강하다.
인권 및 언론의 자유 등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과는 다른 양상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11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국가보안법 핵심조항이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에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지난 4월 한 언론인이 헌법소원을 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그의 저서 '운명'에서 "민정수석을 두 번 하면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일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 시절 기무사령관을 지낸 송영근 전 의원은 신동아(2012년 12월호)에서 문재인 수석이 자신에게 국가보안법 폐지에 총대 메달라고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그의 저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에서 "국가보안법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시대착오적이며 유례없는 법률"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2018년 12월 2일 "'보안법'은 북남 관계를 적대관계로 규정하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전면 부정하는 반통일적인 악법"이라고 했다.
한편, 대만의 국가안전법은 1987년 6월 23일 제정, 다음달인 7월에 시행되었지만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1948년 여수·순천 사건 이후 12월 1일 제정, 시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