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군의 잡담]코너는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지만 할 상대가 없어 벽 보고 말하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항상 그렇듯 손 가는 대로 휴대 전화로 써 내려갑니다. 대만 및 중화권(중국, 홍콩, 마카오 등) 관련 사연이 있다면 주저 마시고 nowformosa@gmail.com으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2일 믿기 힘든 뉴스가 나왔습니다. 프랑스 시장조사업체 입소스(Ipsos)가 32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행복지수' 조사 결과가 바로 그것인데요.
글쎄,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가 '중국'으로 나왔습니다. 입이 딱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행복지수가 높을 수록 그 나라 국민의 행복도 높다는 의미인데요.
중국의 행복지수는 91%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국가 32개국 중 행복지수가 유일하게 90%를 넘었습니다. 중국이 1위라면 그뒤를 이은 국가들이 어디였을까요? 2위와 3위로 각각 사우디아라비아(86%), 네덜란드(85%)가 올랐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돈 넘치고 석유 국가니 그렇다 치고 네덜란드는 요즘 반도체 장비가 호황이죠. 네덜란드 주재 중국 대사가 네덜란드에 '작은 나라'(소국)이라며 반도체 장비를 자국에 공급하라고 협박에 가까운 말을 매우 정중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중국이 우리 나라에 "소국이 대국에게 대들면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과 매우 유사하지요.
이번 조사는 지난 2022년 12월 22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32개국 2만250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고 합니다. 연령은 국가별로 상이하고요. 연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 거 같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중국 응답자가 모두 공산당원이었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 2위 대국이 겨우 32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위를 했다고 자화자찬 수준의 발언을 했습니다. 지난 22일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논평을 내놨는데요. 그는 "행복은 거울과 같다"며 "국가의 가치 선택과 통치 수준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인민 중심의 발전 이념을 철저히 구현해 인민의 성취감, 행복감, 안전감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이 말씀하신 바 와 같이 결국 '중국몽은 서민의 행복'이라며 "중국인의 성취감, 행복감, 안전감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요약하면, "위대하신 시진핑 주석 영도 하에 중국 신시대 공산주의가 세계에서 제일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소리로 들립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을 본 나는 갑자기 '행복'을 운운하는 왕 대변인에 또 다른 면모를 보게 되었습니다. 외교부 기자회견에서 자국민의 행복을 논하는 일도 드물고요. 사실, 공산당 고위급 인사라고 하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거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왕 대변인이 저로 하여금 행복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순간적으로 드는 평균 이상의 긍정적 감정이 '행복'이지 않습니까. 탈 벤 샤하르 하버드대 교수는 "행복은 즐거움과 삶의 의미를 동시에 충족시킬 때 드는 감정"이라고 하기도 했었지요.
공산주의 체제에서 태어나지도, 살아보지도 않은 저는 공산주의체제에서 사람들에게 행복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대만에서 대만해협 건너 바라보는 중국은 한반도에서 서해 넘어 바라보는 중국과 완전 다른 시각을 제공합니다. 이 글을 읽는 한국인 독자들은 중국인들이 불행할 것이라고 여길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공산주의, 사회주의의 통제가 당연한 나라.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모두 금지되어 있는 답 없는 나라. 이를 금지시킨 고위층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이중잣대, 내로남불의 극치를 달리는 나라. 체제 유지를 위해 서방의 인터넷 플랫폼들을 직접 만들어내는 자력갱생 정신이 투철한 나라. 그러다 숏폼 영상스트리밍 업체 틱톡이 대박을 치면서 서방을 불안에 떨게 만든 나라.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zw_fgKExmE) 캡처 |
중국 인민들은 투표를 통해 지도자 선출을 할 수 없습니다. 지도부에 대해 대놓고 비판, 비난도 할 수 없습니다. 검열에 감시는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애시다옻 자유를 포기하고 체제에 순응하며 그들만의 행복을 택한 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고, 바뀔래야 바뀔 수 없는 나라의 현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중국 인민들이기에. 물론, 많은 이들은 세뇌되었다고 하지만 말입니다.
아참, 참고로 중국이 1위한 이 조사에서 한국은 맨뒤에서 두 번째인 31위를 기록했습니다. 여러분, 행복하신가요?
류정엽 nowformos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