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진상헌] 요즘, 한국에 거주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약속이나 한 듯이 한결 같은 대답들이다.
안타깝게도 대답의 내용들이 긍정적이지는 못 하다. 조금만 더 살펴보면 한국을 탈출하고자 하는 2030세대들이 점점 많아 지는 추세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대만만 하더라도 나보다 나이가 어린 젊은 한국 사장님을 보기가 어려웠는데, 요즘 대만에서 이삼십대 한국 청년들의 창업이 늘고 있다. 사실, 변호사가 개인 사무실을 차려도 이것 또한 창업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해외 창업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분야 한식 즉, 외식업이다. 많은 분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서인지 은퇴 후 창업을 보면 요식업이 제일 많은 듯 하다. 물론, 청년 창업의 경우도 말이다. 단, 제일 쉬워 보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제일 어려운 분야가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나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을 한번쯤은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내가 자금만 넉넉하면 장사나 하고 싶다” 그런데, 만약 실제로 넉넉한 자금과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힘들기는 해도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일을 멈추고 도전을 할 수 있을까? 일단, 한다고 가정하자. 창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무슨
생각을 제일 먼저 할까? 보통은, 무엇을 팔면 잘 팔릴까? 어떻게 하면 손님이 좋아할까? 라고 생각부터 하게
될 것이다. 물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다. 남의 나라에서 창업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남의 나라에서 창업을 하고 보니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엇을 어떻게 팔면 좋을까?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남의 나라 창업을 하는 국가의 언어가 그 것이다. 왜냐고? 지금부터 그 이유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1.
한국인 사장님들이 주방에만 계시는 이유는?
필자는 현재의 지점장을 하기 전에 4개월 정도 “예약하고도 2주는 기다려야 할 정도로 HOT 했던 숯불 고기를 전문적으로 파는 한식당” 에서 주방
보조를 한적이 있다. 대만에서 창업을 하기 전까지 2년 정도 국내 유명 외식 기업의 해외 법인에서 근무를 했었지만 주방 보조는 무척이나
낯선 포지션이었다. 그렇지만, 창업을 하기 전 소위 잘 나가는 한식당의 운영 및 음식 제조 과정에 대한 현장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에 자세를 낮췄다. 어쨌든, 내가 한식당 주방 보조를 한 경험이 왜 중요한 건지는 다음에 적도록 하고, 왜 사장님은 한국인 주방 보조를 원했을까? 한국 사장님은 왜 주방에만 계실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한다면 사장님이 중국어를 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다. 그런 측면에서 사장님이 주방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점은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방에서밖에 일 할 수 없어서 일 하는 것과 정성이 가득 담긴 한국 음식 준비를 위해서 주방에서 일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물론, “중국어를 공부해야 하는데” 라는 계획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두 번째 단추부터 끼워버렸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진짜 큰 문제는 첫번째 단추를
끼우기 위해서는 잘못 끼운 단추를 다시 풀어야 하는데 이미 세번째 단추를 끼울 준비를 하고 있다.
급한대로 대안을 찾아본다면, 한국말을 잘 하는 대만 사람을 구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냉정하게 봤을 때 한국말 잘 하는 대만
친구가 굳이 한식당 주방에서 고된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식당이 어디 여기뿐인가? 관련 구인 구직 게시판을 보면 한국말 가능한 직원을 뽑는 한식당이 넘쳐 난다. 창업 경험이 없는 분들의 경우 구인 공고만 내면 삼성 공채처럼 지원자가 넘쳐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당신의 한식당은 글로벌 그룹이 아니다. 그냥, 뒷골목에도 있고 옆 동네에도 있는 수 많은 음식점중 하나이다.
2.
진짜 문제들은 개업 이후에 발생한다.
창업 준비 과정을 마치고 매장을 오픈 하는 날, 점포 조사부터 인테리어 공사, 집기 입고, 직원 채용 면접 그리고 교육까지 고생했던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갈지도 모른다. 그 사이에 피 같은
돈들은 쭉쭉 빠져나가는 것이 내 몸 속의 피가 빠져 나가는 기분이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말한다 ~ 아, 이제 사장님이네요 ~ 축하해요 ~ (뭔 축하? 이제 시작인데 ~ ) 이건 마치 군대에서 이제 막
훈련소를 수료한 이등병에게 수고했다고 축하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맞다, 수고는 했다 ~ 하지만, 진짜 고된 선임들과의 실무생활은 이제 시작일뿐인데 말이다.
사실, 낯선 나라에 와서 어렵게 매장을 개업하는 것만으로도 장하고 대단하다 박수 받을만하다.
근데, 우리가 그 말 듣기
위해서 창업 했나? 아니지 않나?
매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상상하지도 못 할 문제점들이 발생을 한다. 고객들의 크고 작은 불평부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본다면 카페에서 커피 기계가 고장이
날 수도 있고, 한식당에서 손님 몰리는 점심 시간에 갑자기 밥통의
보온 장치가 고장날수도 있다. 오늘 갑자기 야채상이 배달이 안
온다면?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물이 갑자기 단수가 된다면? 음식 하는 도중에 가스가 안 나온다면?
손님이 매장 내에서 다쳤다면? 직원이 결근을 했다면? 싸게 잘 계약했다고 생각한
점포가 알고 보니 재건축 예정이라면? 그 외에도 정말 기상천외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한다면 사장님으로서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있어야 하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무엇이 필요한지는 독자들의 생각에 맡기겠다.
3.
직원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나 자신을 현지화 해라.
한국에서 일 좀 하시다 오신 사장님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 ~ 확실히, 한국 애들이 일은 잘 해~ "라고.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국인을 칭찬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일을 잘하고 못 하고는 국가의 차이가 아니라 사람의 차이다. 그 사람의 차이를 빨리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역할을 부여하고 이끌고 가는 것이 사장님
즉, “리더” 의 역할이다. 선입견을 가지는 순간 직원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없다. 내 사람이 없으면? 리더가 될 수 없다. 조력자가 존재할 때 리더라는 칭호가 붙을 수 있는거다. 물론, 사장님 ”영어로 BOSS” 라고 한다. 하지만, 타지까지 와서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감정이 있는 인간으로서 그 누구도 오랫동안 같이
하고 싶지 않아 할 것이다. 직원들 그만두면 제일 힘든 사람은
누구일까?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는 한국에서 하도록 하고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르는 것처럼 여기는 대만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식 문화를 주입 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마라. 매운걸 싫어하는 대만인들의 입맛을 고려해서 음식은 그렇게 현지화에 주력하면서 왜 매장
운영과 인사 관리에서는 보스 놀이를 하려고 하나? 대만 공휴일
및 추가 근무 발생시 인건비는 조금이라도 적게 줄려고 하면서, 그 이상의 노동 또한 바라지 말자. 대기업이 하청
업체를 쥐어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직원들은 돈 받은 만큼만
일 해줘도 충분하다. 자기 것처럼 해주면 오히려 사장님이 고마워해야
한다. 왜냐고? 자기 것이 아닌데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 어디 흔한가? 내실이 튼튼해야 오래가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며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해당 국가의 언어를 잘 한다는 것 생각해보면 그것은 장점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저, 현지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 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다. 기억하자, 해외 창업에서 가장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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