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대만의 제1야당인 국민당은 2일 중앙상무회의를 열고 양안정책의 일환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92공식(컨센서스)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당은 2일 당회의에서 양안 문제르 비롯해 개혁 방향을 논의했다. 당은 중국 본토와의 교류를 유지하기 위해 중화민국 헌법에 근거해 합의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당은 집정 기간인 2008년부터 2016년 사이 92공식의 인정은 헌법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양안은 서로 차이점을 제쳐두고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게 했다며 양안교류의 확대를 위해 이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판청롄(范成連) 국민당 상임위원회 선임위원은 이와 관련해 92공식과 같은 양안 문제는 상대방(중국)의 승인이 있어야 하며 국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수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3일 장치천(江啟臣) 국민당 주석은 "중화민국헌법에 근거한 92공식이 뭐가 잘못되었다는 건가"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장 주석은 이어 "우리가 기초를 명확히 말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당은 이 명확하지 않다면 국민당은 붉게 물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 주석은 "당 상임위에서 많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외부 세계의 해석의 폭을 넓힐 필요는 없다"면서도 "일부는 국민당의 입장에 속한다"며 "상임위 및 외부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순전히 소통이다"라고 강조했다.
당 입장을 명확히 한 후에 양안관계를 이어 가겠다고 한 장 주석의 발언은 중국에 상당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의 중국을 중화민국 헌법에 의거해 인정한다 하던들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국제적 지위는 현 중국 공산당 정부를 인정하는 것이 보편화된 개념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대만 국민당은 선거에서 잇단 패배를 거듭하며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 선거에서 패배한 뒤 2020년 3월 국민당 주석은 우둔이에서 장치천으로 교체됐다. 중국은 장치천 주석의 취임 축하 대신 92공식을 강조했다.
국민당내 젊은층 당원들은 기존 원로들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당내에서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장치센 주석은 주석직에 오르면서 하나의 중국에 관한 부분을 쏙 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민의에 따라 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렇듯 국민당은 젊은 당원들로부터 92공식 합의를 개혁 또는 폐기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장 주석이 당내 영향력이 강한 원로들과 합의를 도출하기에 너무 어리다고 지적했다.
장 주석은 우둔이 국민당 주석이 물러난 뒤 개혁의 상징으로 주석직에 올랐지만 이번 결정은 당내 압력에 못이겨 타협을 하게 되었으며 새로운 입장을 제시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민당 지도부는 92공식을 유지하되 헌법을 양안교류의 법적 근거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일부는 중국 공산당과 한 배를 타겠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당은 중국이 대만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일국양제를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으로 중화민국을 인정해주길 바라고 있다.
또한 국민당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중국 본토에서 대만 국민의 자유를 보장 받길 바라며 중국은 물론 미국과 교류와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92공식은 상당히 모호한 합의다. 이는 1992년 홍콩에서 중국과 대만이 모여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면서 중국에 대해 각자 해석하기로 했다. 중국이 말하는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이지 대만 국민당이 말하는 중화민국이 아니다.
양안관계는 2016년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급경색됐다. '하나의 중국'과 92공식 자체의 언급조차 꺼렸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중국 공산당 고위관리들은 합의에 관한 것보다 그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할 것만을 차이잉원 정부에 요구해오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월에 홍콩과 같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모델을 전제로 대만에 양안 통일 회담을 개최할 것과 홍콩의 자유와 자율성의 침식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지 말 것을 대만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