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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어 교육, 이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열강 중인 이정민 국립대만사범대 초빙교수

[국립대만사범대학교 이정민 초빙교수 ]


오늘날, 열정적이고 모험심 가득한 선구자들의 노력 덕분에 대만 내에서 한국어학 교육은 일정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일선 현장에서 부족한 점이 없진 않겠지만, 약간의 결락이 향상심의 원천임을 생각하자면 지금의 상황도 그다지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게다가 고개를 조금 돌려서 중남미나 동유럽, 아프리카의 한국어 학습자와 교강사의 난관을 비교해 보자면 푸념조차 미안할 정도다. 요컨대, 대만의 한국어 교육 여건은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지 않은가.


한국어의 인기가 상당하다는 것이 여러 가지 통계로도 드러나는 대만에서, 대만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우연한 기회에 교편을 잡게 된 필자에게 한국학 교육은 말 그대로 ‘멍석을 미리 깔아 놓은 것’이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언어 이상의 것을 요구했다. 이를테면 한국 대학에서 하던 그대로 ‘한국어로’ 강의를 해 달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한국어 학습 이상으로 한국 젊은이들의 삶을 체험하길 원했던 것이다. 한국학 교사가 된 필자에게 던져진 숙제는 이 멍석에서 얼마나 신나게 구르는가였다. 환경도, 시공간 개념도, 신호등 모양도 다른 대만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삶을 어떻게 대만 젊은이들에게 재현할 수 있을까? 고백하자면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최대한 그와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나름의 불만과 나름의 호응을 얻으며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이리저리 구름으로써 적어도 어느 정도의 니즈는 충족시켜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불안감은 상존했다. 과연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 갈 수 있을까? 과연 ‘교육 소비자’인 학생들이 이러한 ‘결락’을 어디까지 눈감아줄 것인가? 또, 혹시 어떤 돌발적인 요인에 의해 한국과 K-POP에 관심이 식어버린다면 과연 학생들은 한국어 강의를 요구할 것인가? 아니, 그전에 수강신청이나 할 것인가?


필자에게 대만의 한국어-한국학 교육에서 아쉬운 점에 대해 묻는다면, 한국어-한국학 교육이 단순한 취미활동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필자의 직간접적 경험에서, 대부분의 한국어 학습자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의미란 흥미 혹은 취미를 넘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나 K-POP이 한국어를 배우게 되는 훌륭한 동기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이를 통해 한국어 고급과정까지 마친 친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비유해서 말해 보자면, 스무 살을 갓 넘은 청년이 프랑스 영화 <라 붐>을 보고 프랑스어를 배워 결국 대학 입학 수준의 프랑스어 능력을 쟁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너무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면, <종이의 집>을 보고 스페인어를 마스터하는 것으로 바꾸자). 이러한 현상을 두고 국내 미디어에서는 ‘(한류) 문화의 힘’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 필자 또한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고, 실로 문화는 체제와 가치관을 넘어서서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일상, 게다가 이른바 “먹고 사는 문제”와 연루되면, 문화는 후순위 고려사항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감이 잘 안 온다면, 약간 극단적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만에서 한국어는 제2외국어로서 일본어에 비하면 거의 경쟁력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현실이다.


국립대만사범대학교 이정민 초빙교수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한류로 인해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망이 촉발되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후에는? 한국어를 배워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답하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 관련 회사에 취업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졸업자들은 실무에서 영어를 쓰는 편이 더 낫다고 증언한다. 국제협력이나 교류 분야에서 힘을 쏟으면 되지 않는가라고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한국어는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에 비해 실용성이 떨어지고 한국어를 할 기회도 많지 않다. 말하자면 한국어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영어의 ‘하위호환’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답이 보이지 않고 어려운 일만 가득할 것 같지만, 헤겔 식으로 말하자면 문제를 발견했다는 것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첫걸음일 수 있다. 이 난관을 여러 가지로 공략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대만에서 한국어와 한국학 교육은 이미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 열정 있는 학생들, 경험 많은 강사들, 그리고 인프라와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도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이들과 함께 자생적인 한류의 지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원류를 따라 흐르지만 결국에는 원류에 영향을 끼치며 독자의 길을 흘러가는 그런 지류. 그리고 그것이 흐르고 흘러 나름의 큰 강을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1980년대 최후반 L.A.메탈 스타일의 록밴드에서 베이스를 치게 된 정현철, 그러니까 ‘서태지’처럼.


물론 이 단계에서는 전문성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상황을 평가하는 식견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류의 백과사전을 되돌려 보자면, 한류라는 말이 처음 나오게 된 90년대 말에는 말그대로 좌충우돌과 주먹구구가 횡행하던 시절이었음을 쉬이 알 수 있다. <응답하라 1998>에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듯이, 열망이 폭발하던 시절에는 그 열망이 모든 제약을 건너뛰게 해 주는 황금열쇠였다. 계기를 만들어 학생들의 열망을 폭발시키고 거기에 뛰어드는 건 어떨까? 감히 논하건대, 이미 환경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멍석에 신나게 구를 용기가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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