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지방선거 투표소 [류정엽 촬영 = 대만은 지금] |
[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대만 민진당이 1986년 9월 창당 이래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결과를 내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지난 26일 대만에서는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9개 대표를 선출한다는 의미로 구합일 선거로 불리는 지방선거에서는 직할시장, 직할시의원, 현·시장, 현·시의원, 향·진시장, 향·진시민대표, 직할시 산지역 원주민구장, 직할시 산지역 원주민구민 대표, 촌·리장 등 9개 부문에서 1만1023명을 뽑았다.
민진당은 21개 시·현 중 5곳에서만 승리를 거머쥐었다. 반면 국민당은 직할시 4곳을 포함, 13곳에서 승리했다. 민진당은 종전대로 7석을 유지하는 것이 최소 목표였다.
신베이시장에 허우유이 신베이시장이 대만 지방선거 최다 득표자로 연임에 성공했다. 115만여 표를 획득했다. 득표율은 62.42%에 달했다. 반면, 민진당 린자룽 전 교통부장은 이보다 45만 표나 뒤진 69만여 표(37.58%)에 그쳤다.
직할시의원 377석 중에서 국민당은 167석, 민진당은 162석, 민중당 6석, 시대역량당 1석을 차지했다. 현시의원 533석 중에서 국민당은 200석, 민진당은 125석 민중당 8석, 시대역량당 5석을 차지했다. 기타 촌·리장 등 7740석에서 국민당이 953석, 민진당 226석, 민중당 3석, 시대역량당 1석, 무소속 6551석으로 집계됐다.
투표소에서 현장 개표된 타이베이시장 투표용지 [류정엽 촬영=대만은 지금] |
이번 투표율은 매우 저조했다. 직할시장 투표율은 59.86%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2016년 총통선거 투표율은 66%,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직할시장 투표율은 66.11%였다. 2020년 총통선거 투표율은 74.9%까지 치솟았다.
2020년 실시된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은 817만 표를 획득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 선거에서 민진당은 474만 표를 얻는 데 그쳤다. 3년도 채 안 돼서 333만 표를 잃은 셈이다.
이번 투표에서는 선거, 파면 등 공민권 연령 하향 조정에 대한 국민투표도 실시됐다. 이는 민진당 주도하게 실시된 것이다. 투표율이 낮았던 만큼 찬성표를 더 많이 획득했음에도 찬성표가 유권자의 50%에 해당하는 961만9697표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찬성 564만7102표, 반대 501만6427표로 집계됐다. 이 안건은 만 20세부터 부여되는 투표권, 공직자 파면권 등을 만 18세부터로 조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투표장에서 손으로 직접 타이베이시장 투표함을 개표하는 선거위원들 [류정엽 촬영=대만은 지금] |
이번 민진당의 참패는 민생 문제를 완전히 무시한 채 반중, 친미에 급급하며 자화자찬에 열을 올린 것이 화근인 것으로 분석된다.
차이 총통은 투표 직전 중국 20대 이후 열리는 이번 대만 지방선거를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대만인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자고 했다.
앞서 차이 정부는 대만 1인당 GDP가 3만 5천 달러를 넘었다며 홍보했다. 곧 대만 경제가 한국을 추월해 일본도 따라 잡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만인들은 낮은 급여에 폭등한 부동산값은 물론, 폭등한 서민 물가로 불만이 쌓여갔다. 이번 국민투표도 민진당이 투표 연령을 낮추는 데만 급급해 청년 고용 문제를 등한시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젊은층이 모여있는 타오위안과 신주의 경우도 민진당이 대세로 알려졌으나 타오위안은 국민당에게 신주는 민중당에게 내줬다. 타오위안의 경우 민진당 정원찬 시장이 굳건히 잡고 있었다. 전임 신주시장은 차이잉원의 '아들'로 불리며 총통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온 인물이었으나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고, 신주야구장 부실공사까지 이어지며 조기사퇴했다.
코로나 백신문제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 때 대만은 코로나 백신이 부족했다. 미국, 일본이 수백만 회에 달하는 모더나, 아스트라 백신을 보내줬다. 대만산 백신의 개발 승인 등에 있어 민진당과 관련이 깊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대만산 백신은 두 회사에서 개발이 되었고, 가오돤만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국제 승인을 얻지 못한 가오돤은 국민들에게 외면 당하면서 대량으로 폐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방역 수장이었던 민진당 천스중 타이베이시장 후보는 명확히 답을 내놓지 못했다.
대만에서 확진자가 늘기 시작하면서 코로나 진단키트 부족했다. 확진 증상이 있어도 자가진단키트를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한국산 진단키트 등을 부랴부랴 수입했다. 수입 허가를 받은 수입 업체 역시 민진당과 관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 인구 2300만 명 중 800만 명 이상이 코로나19에 확진자가 되었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1만 4235명에 달했고 이는 백만 명 중 평균 사망률 세계 3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민진당은 천스중 타이베이시장 후보를 방역 영웅으로 계속 치켜 세웠다.
탈원전 정책도 문제였다. 2025년을 목표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다. 원전을 가동해도 부족한 전력난에 탈원전을 감행할 경우 이를 대체할 에너지원은 화력발전소 건설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그린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며, 이러한 계획이 대만에 가동 중인 원전 발전량을 대체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미국과 중국 문제도 거론된다. 항중보대(중국에 저항하고 대만을 보호한다) 운동을 벌였다. 차이 총통은 전쟁에 임박했다는 논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고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만 산 채 해결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미국 고위 인사들의 대만 방문도 주목적은 반도체에 있다는 것은 국민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대만을 지키는 신성한 산이라고 불리는 TSMC를 보호하면서 대만에서 지속발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TSMC 생산라인을 계속 이전하는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장제스 전 총통의 증손자 장완안(44)이 입법위원 외에 눈에 띄는 정치 경력이 없음에도 타이베이시장에 최연소로 당선된 것이 민진당 덕분이라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