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금 = 전미숙(田美淑) 류정엽(柳大叔)]
자료 사진[픽사베이] |
최근 대만 박사 과정 학생이 10년새 11배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급과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만 과학기술부는 '박사후 연구생'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6년 이상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시행하면서 '고학력 실업자'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2018년 현재 34만3천495명이 박사 과정에 등록돼 있다.
이는 2008년도 3만2천891명이었던 2008년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박사 학위를 받고 졸업한 학생은 4만1천206명에 불과했다.
과기부는 매년 약 16억 대만달러의 예산을 책정해 박사과정 학생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시행해 왔다.
문제는 박사과정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달 9일 과기부는 보조금 지급기간을 최대 6년으로 한정하고 프로젝트당 박사후연구원 1명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늘어나는 박사과정생에 한정된 예산이라는 딜레마가 있었다.
매년 16억 대만달러의 예산이 책정돼 왔지만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18억, 17억 대만달러씩을 책정했다.
정부 보조금으로 프로젝트 연구를 하겠다는 신청이 급증한 것에 따른 것이었다.
과기부 통계에 따르면 과기부는 해마다 약 2천 명의 국내외 프로젝트 신청을 승인했고, 지난해 2017년에는 약 10% 늘어난 2천217명의 연구원이 보조금을 수령했다. 그중 1천761명이 대만인이었다.
일각에서 순수 연구를 목적을 위한 돈이 아닌 연구를 빙자한 생계형 보조금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과기부는 이번 보조금 제도 수정안에 대해서 "박사후 연구원은 거쳐과는 과정이지 직업이 아니며, 외국의 박사후 연구원은 평균 3년"이라고 설명하면서" 대만의 박사후 연구원도 용기를 내 업계나 학계에 들어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사후 연구원 중 10%이상은 6년차 이상이며 심지어 10년을 넘긴 학생도 있다고 과기부는 설명했다.
2017년 통계상 6년 이상 보조금을 수령한 박사후 연구원은 무려 251명이다. 이들은 이번 법안으로 연구비 수령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관련, 학계에서는 취업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대만 사회에서 저임금, 고학력 풍토는 일반화된 추세다.
더군다나 지난 수년간 박사과정 학생이 급증하면서 생긴 과잉 공급과 고용자들의 고학력자 수요 감소로 인해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박사후 연구원들은 "연구 관련 업계나 학교 등에 취업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만인 박사후 연구원 A씨(34)는 "열심히 공부해 5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여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3년간 겨우 5번의 면접 기회를 잡았을 뿐"이라면서 "5번 중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결국 2년 반 전부터 과기부에 프로젝트 예산을 신청하기 시작했다. 그는 올해 초 해외연구 보조금을 받는 데 성공해 대만을 떠나 연구생활을 시작했지만 과기부 수정안으로 인해 보조금 신청 자격이 안되면서 내년 3월 대만으로 돌아와 실업자로 지내야할 처지에 놓였다.
대만 기업의 박사 학위에 대한 수요는 매우 낮고, 오히려 석사 학위를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만 전문가들은 박사 학위는 학술계 진출이 아닌 이상 추천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대만 학술계에서 활동하려면 미국이나 영국 같은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