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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이의 서재] <동물농장>, 누가 돼지이고 누가 인간인가?

동물농장 [전미숙 촬영 = 대만은 지금]


[대만은 지금 = 전미숙(田美淑)]

나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어디선가 읽고 이 책을 읽기로 했다. 바로 아랫글이다.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예전에도 ‘동물농장’이란 책과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 이름은 여기저기서 들었고 한 번쯤 꼭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 이번에 한국에서 사 와서 읽게 됐다. 읽으면서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싶었는지 이해가 갔다.

메이너 농장은 존즈라는 인간이 주인이다. 동물농장에는 ‘메이저’라 불리며 존경받는 늙은 수퇘지가 있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는 어느 날 자신이 꿈을 꾸었다며 동물농장의 모든 동물들 앞에서 연설을 시작한다.

그는 동물들의 삶은 형편없으며 동물들의 모든 불행은 인간의 횡포 때문이라는 게 명백하다며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인간은 우리의 적이며 모든 동물은 동지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며칠 후 메이저는 숨을 거둔다. 멀지 않은 날, 반란의 기호는 찾아왔고 반란은 성공했다. 며칠 굶은 동물들은 미리 짜둔 각본도 아니었지만 화가 났고 그렇게 농장 주인인 인간 존즈는 동물들에 의해 쫓겨난다. 그들은 이름을 ‘동물농장’으로 바꾸고 동물의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 적어도 그때는 평등한 세상이 실현됐다.

똑똑한 돼지들 몇몇은 이미 글을 배우고 동물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게 된다. 그중 우수한 돼지 스노볼과 나폴레옹이 의견에 충돌이 있더니 결국 스노볼은 나폴레옹에 의해 쫓겨나고 나폴레옹이 우두머리가 된다.

그리고 완벽히 평등한 세상은 없음을 알리듯 평등하던 동물농장은 점점 나폴레옹을 포함한 돼지를 위한 세상이 되어 간다.

이 책의 묘미는 어떻게 나폴레옹과 그의 심복 돼지 스퀼러가 다른 동물들에게 말을 바꾸면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부분일 것이다. 거기에 개들은 비밀경찰처럼 다른 동물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이 책은 혁명에서 변질되어 전체주의로 치닫던 스탈리의 소비에트연방을 풍자한 소설로 유명하다. 꿈을 이야기하고 죽은 돼지 메이저는 마르크스, 쫓겨난 인간은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2세, 나폴레옹은 스탈린 등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꼭 소련에 맞춰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예전에 대학교 때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올랐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학교 때 모택동과 공산당을 지켜보던 외국인이 쓴 '중국의 붉은 별'이다. 그  책을 보고 기억나는 것은 모든 이들의 평등이라는 이상적 목표를 이야기한다. 그 책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훌륭한 생각인 가에 동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걸 실현하기 위해 전개하게 되는 정책이나 행동들이 그 이상과는 또 다른 문제점들을 갖게 된다.

이 책에서도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사라졌으니 동물은 모두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를 이끌어 줄 필요가 있었고 그 자리에 공부한 돼지들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돼지들 위주의 농장이 되어 간다.

처음에 외쳤던 평등이란 이념들은 자꾸 돼지들의 우두머리, 동물들의 우두머리인 나폴레옹에 의해 계속 바뀌고 다른 동물들은 바뀐 것에 대한 의심을 품기도 하지만 이내 그냥 넘어가고 나폴레옹에 지배당한다. 그리고는 여전히 동물들은 평등하다고 인간 밑에서 일할 때보다 행복하다고 믿는다. 반항하는 동물들은 처형당하고 나머지 동물들은 돼지들이 말을 바꾸면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고 그들이 맞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동물은 인간을 농장에서 쫓아냈을 때 인간을 적으로 규정하고 모든 동물을 평등하다는 7가지 계명을 만들었다. 하지만 훗날 일곱 계명은 사라지고 부패한 돼지들에 의해 아래만 남는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돼지들은 모든 동물과 적이라고 규정했던 인간과도 거래를 시작한다.

뭔가 반전은 그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불안함을 느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일명 돼지 외에 동물들, 인간은 그들을 하급 동물들이라 불렀다. 반항하지도 않는 동물들에게 답답하게도 느꼈다.

최근에 아는 분이 이야기하신 말이 떠올랐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by 알렉시스 드 토크빌

전체주의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보면서 나는 요즘 정치에 무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나는 내 가까운 것부터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생각할 필요성도 느끼게 됐고, 이 책은 정말 그런 마음에 불을 지피는 책이다. 내가 저런 세상에 살지 않기 위해서 나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국민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 시대처럼 소란한 세월을 살면서 이런 문제들을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넌센스이다. 이 시대의 작가는 누구나가 다 이런저런 형태로 그 문제들을 다룬다. 그것은 어느 쪽에 설 것인가, 어떤 방법을 따를 것인가의 문제이다. 책을 쓰는 이유는 내가 폭로하고 싶은 어떤 거짓말이 있기 때문이고 사람들을 주목하게 하고 싶은 어떤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하자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 내려간 것이다.

나는 이런 책을 읽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할지 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공부의 과정인 것 같다. 정치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지만 조금씩 공부하면서 알려고 노력해보려고 한다. 내가 하급 동물이 되지 않으려면 나는 공부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이 나에게 준 메시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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