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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이 서재]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대만은 지금 = 전미숙(田美淑)]



“나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의 모습을 보는 일은 그 자체로 상처가 되어 내게 다시 돌아온다.

그러므로 상처 입은 나는 한편으로 그 상처를 되돌려받았을 너를 걱정하고 있다.
나는 지금 누구의 상처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걸까.
우리 둘의 상처가 다르지 않다면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뒤로 갈수록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많아졌다. 아마도 ‘당신은 인간적이다’라는 말에서부터 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적이다'라는 말은 인간이니까 실수할 수 있고 실패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위로였을까? 어쩌면 나도 그런 말이 듣고 싶은지 모르겠다.

이 책은 이석원 작가의 산문집인데 처음에 나는 작가가 누군지 몰랐다.

그래서 초반에는 작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실한 느낌이 없었다. 보통 누가 쓴 글인지 신경 쓰지 않고 읽는데 이 책은 읽는 도중에 몇 번이고 작가가 도대체 여자야 남자야 궁금한 느낌이 들었다. 남자이면서도 아마도 아주 여성스러운 섬세한 감정 표현에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다른 책들과 또 다른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항상 고맙고 가슴 시린 그런 엄마와 아들이 아닌, 부딪히고 싸우고 다시 화해하기를 되풀이하는 너무나 현실적인 엄마와 자식의 모습을 보았다. 왠지 또 더 인간적이고 진실되게 느껴졌다.

이 책은 예전에 읽은 ‘언어의 온도’와는 달랐다. 언어의 온도는 그 글로 위로를 받는 느낌이라면 이 책은 현실은 이러하니깐 인정할 건 인정하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모두 비슷한 현실이니 힘들어하지 말라는 말 같기도 했다.

내가 공감한 글 중 짧게 쓸 수 있는 것을 써보면 아래와 같다.

남을 가장 열심히 위로하는 사람은 어쩌면 자신이 가장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
상처는 못나서 받는 게 아니라 더 좋아하기 때문에 받는 것이니 자책은 필요 없다는 것.

어떤 글귀는 나로 하여금 인간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고 어떤 글귀에서는 나의 모습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왠지 모르지만 손으로 그 글들을 써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다음에 다시 마음이 어지러우면 필사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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