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 교수 제공] |
[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20여 년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쳐온 조영미 교수는 2015년 7월부터 2019년 8월까지 대만 남부 가오슝시에 있는 원자오 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쳤다. 현재 한국으로 돌아간 그는 대만의 경험을 담은 책 <살아보니, 대만>(산지니, 2021)을 출간했다.
카카오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인 그는 자신이 겪은 대만 생활의 소중한 경험을 책에 담았다. 거주나 유학이 아닌 일을 위해 대만 떠난 터라 그에게 필요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 중국어도 서툴러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을 바로바로 얻지 못해 답답함을 느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 권의 책이 탄생했다.
[대만은 지금]은 조영미 교수와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조영미 교수와의 일문일답.
대만과 어떤 인연이 있었기에 대만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나요?
한국 가톨릭 대학교 한국어교육센터에서 코디네이터로 근무하고 있었어요. 가오슝 원자오 대학교는 자매학교였고요. 그러한 인연 덕분에 대만에 가게 됐지요.
대만에 오신 뒤 이런저런 잊지 못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요. [대만은 지금] 독자분들을 위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어요?
아무래도 중국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의 실수를 했고, 또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은 대만에 가서 음식을 제대로 주문할 줄 몰라 두 달 동안 똑같은 식당에 거의 매일 간 일인데요. 자주 간 곳은 대만 식당이 아니라 베트남 식당이었어요. 주인 아주머니는 나와 아이를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었죠. 그래서 좀 더 친해져 보고자 대만 친구를 데리고 그 식당에 갔거든요. 그런데 그 대만 친구는 제게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난 저 사람이 하는 중국어를 못 알아 듣겠어.”
저는 그때 알았어요. 주인 아주머니가 대만 사람이 아니라 베트남 사람이었다는 걸요. 이후 제 중국어도 조금씩 늘어갔고, 베트남인이 하는 중국어가 대만인들이 하는 중국어보다 훨씬 알아듣기 쉬워지는 경지에 이르렀어요. 물론 저는 그 주인 아주머니와 친해지게 되었고요. 외국에 있다보면 외국인들끼리 통하는 언어 코드가 있게 마련이잖아요.
아! 그렇군요. 대만에 계시면서 한국 관련 활동도 적잖이 참여하시며 한국을 알리는 데 힘써온 걸로 알고 있는데요.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대만에서 한 일 중 보람을 느꼈던 일을 떠올리자면 가오슝시립도서관 행사였는데요. 가오슝시립도서관은 부산 금정도서관으로부터 기증받은 한국 어린이 책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어요. 2016년 처음 <한국의 날>행사에 참가하게 된 것을 계기로 저를 비롯해 당시 고등학생이던 아들, 대만 학생과 함께 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국 책을 소개하는 한편 한국어 학습 활동도 꾸준히 하게 됐습니다. 또 2017년에는 부산시와 가오슝시가 개최한 도서 협력 교류 기념 도서기증식 행사에서 사회를 맡게 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부산시와 가오슝시가 교류를 활발히 이어가는 역사의 현장에 참여하게 되어 기뻤고, 대만 생활에 보람도 느꼈지요.
정말 대만에 계시는 동안 많은 활동을 하셨군요. 최근에 책 <살아보니, 대만>(산지니, 2021)을 내셨는데 출판 계기가 무엇인지요?
대만행을 준비하면서 여기저기서 정보를 물색했으나 찾을 수 있는 정보라고는, 서적의 경우에는 대만의 역사와 정치, 그리고 인터넷 정보는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거나 국제결혼한 분들을 위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어요. 물론 그러한 내용도 도움은 되었지만요. 저의 경우는 대만에 가족도 없고, 또 중국어 실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대만에 일을 하러 가는 입장이었는데, 저 같은 사람을 위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어요. 물은 사서 먹는지 아니면 정수기가 필요한지, 현금 결제보다 카드 결제가 더 보편화되었는지, 배달은 잘 되는지 등에 대해 알고 싶었으나 그에 대한 정보는 일일이 찾아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렇게 정보를 모아 모아 긁어가도 살아보니 모르는 것투성이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의사소통도 안 되고, 멀쩡한 성인이 제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너무 답답했지요. 유일한 소통은 당시의 상황을 글로 표현하는 일밖에 없었어요. 모국어로 제대로 된 말을 하고 싶어서였지요. 그 글을 ‘브런치’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어요. 대만에서 2년 정도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썼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대만에서 겪은 일들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살아보니, 대만' [출처: 산지니 출판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