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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에서 발견한 대만 한국인의 흔적, 대만산 ‘대형목각호랑이’

서울올림픽 성공 기원을 담아 기증된 대만산호랑이 [류정엽 촬영=대만은 지금]
서울올림픽 성공 기원을 담아 기증된 대만산 목각호랑이 [류정엽 촬영=대만은 지금]

[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서울올림픽이 개최된지 어느덧 30년이 훌쩍 지났다. 국내외 한국인들은 하나가 되어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했고, 이를 통해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큰 입지를 다져 국격이 높아지길 바랐다. 물론, 재대만 한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올림픽 성공 기원을 담아 기증된 대만산 목각호랑이 [류정엽 촬영=대만은 지금]

30년전 대만 거주 한인 교민들은 올림픽 개최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당시 재중한인 서울올림픽 후원회장을 맡은 김달훈 목사를 주축으로 길이 3.9미터, 높이 2.3미터, 무게 2.5톤의 대형 목각 호랑이를 제작했다. 이 목각호랑이는 1천 년생 대만산 홍회목의 밑둥을 통째로 잘라 조각됐다.

이 목각호랑이는 1987년 11월 17일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SLOOC)에 기증됐고, 이듬해 1월 15일 기증식이 열렸다. 목각호랑이는 현재까지도 조직위원회 건물인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내 국민체육진흥공단 정문 옆에 전시되고 있다.

당시 김달훈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86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제압하고 종합 2위에 오르는 쾌거에 이어 개국이래 처음 맞는 민족적 대규모 행사인 88올림픽이 개최되면서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며 한국인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달훈 위원장은 1979년 3월 ‘대한예수교’의 파견으로 처음 대만 땅을 밟았으며, 재대만 한인의 원로다.

서울올림픽 성공 기원을 담아 기증된 대만산 목각호랑이 [류정엽 촬영=대만은 지금]


김달훈 위원장은 멀리서나마 한국을 위해 일조하고 싶었다. 그는 당시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에서 착안해 백두산 호랑이의 기상과 기개를 한국 올림픽 대표팀에 심어주고자 결심했다. 그는 이것이 국가를 위해 일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여겼다.

김달훈 위원장은 당시 대만 먀오리현(苗栗縣)산이(三義)에 객가족 부락에 있는 교회에 선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가 오고 가던 길에 목각 전문가들이 모여 사는 곳에 찾아가 목각 호랑이를 제작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인 류쉐전(劉學鎮)씨를 찾아냈다.

서울올림픽 성공 기원을 담아 기증된 대만산호랑이 [류정엽 촬영=대만은 지금]
서울올림픽 성공 기원을 담아 기증된 대만산 목각호랑이 [류정엽 촬영=대만은 지금]


하지만 비용이 문제였다. 김달훈 위원장은 “당시 자금이 충분치 않았다”며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도 목각 호랑이의 제작 비용을 대기에는 부족했다”고 회고했다. 김달훈 위원장은 이에 좌절하지 않고 류쉐전 씨에게 진심을 전했다. 김달훈 위원장의 마음을 헤아린 류쉐전 씨는 제안을 받아 들였다. 제작비용은 40만 대만달러(약 1,200만원)에 달했다. 1988년의 대만 물가를 감안한다면 다섯 배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서울올림픽 성공 기원을 담아 기증된 대만산호랑이 [류정엽 촬영=대만은 지금]
서울올림픽 성공 기원을 담아 기증된 대만산 목각호랑이 [류정엽 촬영=대만은 지금]

김달훈 위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목각호랑이를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는 거대한 나무의 밑동이 필요했다. 김달훈 위원장은 류쉐전 씨와 호랑이 제작에 가장 적합한 나무를 찾아 틈나는 대로 아리산(阿里山), 위산(玉山), 라라산(啦拉山)등 대만에 내놓으라는 명산을 휘젓고 다녔다. 김달훈 위원장은 이란현(宜蘭縣) 타이핑산(太平山)에서 호랑이에 적합한 나무를 찾아냈다. 그 뒤 류쉐전 씨는 장장 3개월 이상에 걸친 피땀 어린 작업 끝에 목각 호랑이를 완성했다.

목각호랑이에 사용된 대만산 홍회목 밑동[김달훈 목사 제공=대만은 지금 편집]


목각 호랑이는 기증되기 전 대만 국부기념관 중산화랑 입구에 전시되기도 했다. 이러한 88올림픽 홍보전시는 서울올림픽 개최 전년도인 1987년 10월 10일에 열렸다. 10월 10일은 대만의 국경일인 ‘쌍십절’(雙十節)이다. 당시 쌍십절을 기념하기 위해 이종찬 당시 국회의원 등 한국 국회의원들이 대만 중화민국의 쌍십절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1987년 쌍십절 국부기념관에 전시되며 88올림픽 홍보를 한 목각호랑이[김달훈 목사 제공=대만은 지금 편집]

뿐만 아니라 당시 쌍십절 행사에 참가한 세계 곳곳에서 거주하던 화교 3천여 명도 이곳에 들려 목각 호랑이를 관람했다. 88서울올림픽 대외 홍보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러한 홍보를 위해 주대만한국대사관(당시 김상태 대사)은 대만 당국과 접촉했고, 대만 당국은 한국의 올림픽홍보전시를 할 수 있도록 국경일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에 기꺼이 자리를 마련해줬다.

거대한 목각 호랑이의 운반에는 대형 기중기와 컨테이너가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제작비만큼이나 비용 부담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운반비는 대만 산이에서 타이베이, 타이베이(臺北)에서 지룽항(基隆港)까지 후원회가, 지룽항에서 부산항까지 한진해운이, 그리고 부산항에서 서울까지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가 책임졌다고 김달훈 목사는 회고했다.

주대만 한인계 원로 김달훈 목사[류정엽 촬영=대만은 지금]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3년부터 세계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사회에 88올림픽 후원회를 만들도록 준비됐다. 당시 올림픽 개최지는 7년 전에 결정됐다. 대만의 경우 1983년 7월 9일 한철수 전 대사가 김달훈 목사를 후원회위원장으로 지목했다. 당시 한인 교민 사회는 상당히 열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한인교회를 설립하고 활발한 목회활동을 펼치며 교민들 사이에서 정신적 지주로 통했던 김달훈 목사는 이를 수용했다. 한인회의 인준을 받은 김달훈 목사는 운영위원회를 설립했다. 신개철 당시 한국학교장이 위원회 부회장직을 맡았다. 김달훈 위원장은 “당시 뭔가 작게라도 기여하고 싶었다”며 “한국인의 정서상 작은 일에도 축하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달훈 위원장은 11월 초 한국에 들러 30년만에 목각호랑이와 재회했다.

호랑이의 기상

김달훈(재중한인 88서울올림픽후원회장)

호랑이의 기상을 이어받은 대한의 건아들
호돌이의 기백을 살리고 살려
싸우고 이겨라 달리고 싸워라.

호랑이의 용맹을 이어받은 대한의 건아들
호돌이의 용맹을 떨치고 떨쳐
대한의 기상을 세계에 알려라.

호랑이의 포효를 본받은 대한의 건아들
우렁찬 구령에 손발을 맞추어
백전백승 불퇴전의 승리를 가져오라.

88서울 호돌아 38선 백두산을
뛰어넘어 평화의 횃불을 높이들고
통일의 꿈 이룩하고 세계를 재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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