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영수증 [인터넷 캡처] |
[대만은 지금 = 안재원]
대만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퉁이파퍄오(統一發票)라 불리는 영수증을 꼭 모으는 습관이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영수증 상단에 인쇄된 8자리 고유번호 때문이다. 이 고유번호는 쉽게 말해서 복권 번호다. 2개월에 한 번, 홀수 달 25일에 추첨을 통해 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첨액은 몇 천 원에서부터 억대에 이른다.
이러한 영수증 복권 시스템 때문에 사람들은 물 한 병을 사더라도 꼭 영수증을 발급받는다. 그리고 길을 걷다 보면 이 영수증을 기부하는 모금통도 쉽게 볼 수 있다. 기부한 영수증이 당첨될 경우 기부단체를 통해 고아원이나 불우이웃을 돕는 성금으로 쓰인다. 물론 직접 확인할 수 없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별것 아닌 종이 쪼가리라 생각했던 영수증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의미를 가진 매개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세금 관련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카드 결제를 할 경우 사용내역이 자동 기록되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현금으로 매매를 할 경우 남는 기록이 없기 때문에 사업자가 수입 내역을 축소해 소득세를 적게 내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대만은 각 상점마다 정해진 규격의 영수증인 퉁이파퍄오를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입을 정확히 파악하고 세무 제도의 투명성을 제고했다. 더불어 소비자는 영수증 복권 당첨을 기대하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대만인과 대만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영수증 발급을 당연시하며 따로 보관하는 습관이 있다. 물론 예외는 항상 존재한다. 귀찮아서 모으지 않고 그냥 버리는 사람들도 꽤 있다.
만약 대만을 여행한다면, 본인이 여행객이라면, 받은 영수증을 그냥 버리지 말고 눈에 보이는 영수증 모금통에 기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기도 모르게 이웃을 돕게 될지도 모르니 적어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