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금 = 전미숙(田美淑)]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하는 신혼생활을 그림으로 표현해낸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 작가의 책 '구름 껴도 맑음'이 대만에서 '從你和我,變成我們'(너와 나에서, 우리로) 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됐다.
배성태 작가는 인스타그램, 네이버 그라폴리오, 페이스북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출판된 '구름 껴도 맑음'은 SNS에서 10만 명의 팔로워들을 설레게 한 그의 그림들을 모았다.
대만에서의 출판이 첫 해외 출판이라는 작가는 대만 독자분들이 자신의 그림과 함께 중국어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성이 전달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책이 출판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쑥 연락드렸으나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배성태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작가님을 페이스북(GrimB)을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작가님 책을 대만에서 볼 수 있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어떻게 대만에도 책을 내게 되었나요?
한국 출판사의 기획팀에서 대만의 출판사와 연락을 주고 받았나 봐요. 대만에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되었을 때는 정말 신났었죠. 책이 나오자 마자 중국어로 디자인된 책 표지를 받아보았는데 한국어 판 보다 글씨가 더 귀여워 보였어요. 글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글자 모양만 봐도 두근두근 거렸답니다. 대만은 꼭 다시 가고 싶은 나라였는데 제 책 때문에라도 다시 가봐야 겠어요. 다른 나라의 서점에 제 책이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상상도 안되지만 정말 황홀할 거예요.
▲대만을 다시 가고 싶은 나라라고 하셨는데 대만에 오신 적이 있으시죠? 어떠셨나요? 다시 오신다면 어디를 가보고 싶으신가요?
대만에서는 웃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대만인인 제 친구도 그렇게 잘 웃어요. 밤에 거리를 다녀도 무섭지가 않았죠. 시끌벅적 했던 야시장에서 취두부를 먹었던 것과 아침을 먹기위해서 오래된 가게에 줄을 섰던 기억도 좋았고 깨끗하고 녹색의 나무가 많았던 거리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번은 대만인 친구가 어머니가 싸 주신 망고를 잔뜩 가지고 왔었어요. 한국에는 망고가 아주 귀한데 큰 통에 잘 잘라진 신선한 망고가 가득이었어요. 망고를 아낌없이 베어물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달고 맛있었어요. 그 이후로 망고를 먹어도 그때 생각이 많이 나네요.
예전에 왔을 때는 타이베이와 그 주변에 있는 진과스와 지우펀을 다녀왔어요. 모두 좋았지만 대만에 다시 간다면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 보다는 조금 더 떨어진, 대만 사람들의 일상이 더 묻어나는 곳들에서 오래 머물다 와보고 싶어요.
▲배 작가님은 해외 팬도 많으실 것 같아요. 팬들과도 소통을 하고 계신지요? 사실 작가님의 표현하신 감성은 해외에도 통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끔 해외에서 응원의 이런 메시지가 올 때도 있어요. 그림이 너무 예쁜데 뭐라고 적혀 있는지 읽을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쉽다는 거예요. 사랑이라는 것이 전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이 느끼는 감정이겠지만 아쉽게도 제가 그리는 그림 중 많은 부분이 글과 같이 표현이 되는 만큼 감성이 전달되는 깊이는 다른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제 그림이지만 특히나 이 그림들이 대만에 첫번째로 소개되어서 기쁩니다.
▲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일상의 소소한 장면들로 하여금 행복함을 느끼게 합니다. 어떻게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림에 그려진 내용들은 모두 저희에게 일어났던 일들이에요. 물론 그림이다보니 조금 더 예쁘고 멀리서 보는 것이니 실제보다는 조금 더 달달해 보일 수 있을 것 같네요 하하.
신혼생활을 그리는 것은 처음에는 저만을 위한 기록의 과정이었습니다. 신혼의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림으로 기록하던 일이 운이 좋게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응원을 얻었습니다. 대만에서도 제 이야기가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너무 궁금하네요.
▲어떻게 새로운 그림이나 장면을 구상하시나요?
그림을 그릴 땐 소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소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멍하니 있다가, 밥을 먹다가, 샤워를 하다가...즉 살아가며 언제라도 떠오를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은 그런 순간들을 머릿속에 지나가도록 놔두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것들을 그냥 지나가도록 두지 않고 기억하려고 애씁니다. 좋은 생각이 나도 곧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손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듯 사라지기 때문에 핸드폰이나 노트에 기록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록을 순차적으로 작품에 담지는 않고 그리고 싶은 것부터 그려요. 그날의 기분에 따라 그리고 싶은 이야기가 달라지거든요.
따로 뭔가 교훈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없이 처음 시작할 때처럼 그냥 일상을 기록하고 그림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다만 목표는 있어요. 보는 이를 따뜻하게 덮어줄 수 있는 담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따뜻한 것이 필요할 때는 슬쩍 가져와 덮을 수 있게요.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나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제 책 <구름 껴도 맑음>의 처음에 나오는 텅 빈 집 그림을 가장 좋아합니다. 별다른 색도 없이 사람의 뒷모습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는 그림인데요. 하얗게 텅 비어있지만 어떻게 보면 또 가득 차 있는 이 그림은 우리가 결혼을 하면서 느꼈던 많은 감정들이 함축되어 있어요. 앞으로 같이 살아가며 채우자고 말하고 있어요. 우리의 집을 만들어 줄 가구들도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들도요.
▲배 작가에게 있어 행복이란?
저는 신혼을 다루지만 크게는 제가 살면서 일어나는 일상들을 다룹니다. 사람의 삶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그런 작은 일상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상에 많이 집중합니다. 예컨대 키우는 고양이가 숨 쉬는 배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밥을 하고 점점 진해지는 구수한 밥 냄새를 맡는 일, 청소를 하다가 잠시 멈춰서 문득 보이는 햇빛을 보는 일, 아내가 사용하고 새로 걸어 둔 수건에 감사하는 일 같은 거예요.
이렇게 비유하는 것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을 먹을 때는 음식에만 집중하라고 하잖아요. 쌀알 하나에도 집중하면 여러 가지 맛이 느껴지게 되는데 소소한 행복 안에도 여태 당연하게 지나친 것들이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을 느끼는 감정도 훈련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도 더 크지 않을까요? 그걸 모른다는 건 조금 아쉬울 거예요.
▲이 책을 어떤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사랑을 시작했거나 결혼을 준비 중인 분들, 결혼을 하셔서 저처럼 신혼을 즐기시는 분들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가장 바라는 모습은 자기 전 베개에 기대어 감정을 공유하며 같이 읽는 연인의 모습입니다.
▲작품 만드시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책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그림에 나오는 말과 달리 실제 저희 부부가 나누는 대화는 조금 더 장난스러워요. 그림으로 그릴 때는 오해가 없이 명확하고 빠르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러프한 상태의 대화를 제 나름대로 다듬어서 적고 있습니다. 그때 처음 대화의 느낌이 잘 살지가 않아서 조금 힘들었어요. 너무 달달하거나 딱딱하거나가 아닌 중간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혹자는 달달하기만 하다라고 하겠지만요 하하하
▲이 작품 말고 다른 활동도 하고 계신가요?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사연을 받아 독자와 함께 완성하는 그림인 <빈칸을 채우시오>와 저스툰에서 <집사와 꽁냥꽁냥>이라는 고양이 웹툰도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빈칸을 채우시오>라는 일러스트는 그림에 나오는 말풍선이에요. 그림을 먼저 그리고 칸을 비워두어 독자들이 채운 다음 몇 가지 사연을 선정해서 연재하는 그림이에요. 사랑하면 시인이 된다고 하는데 그런 말 처럼 다른 사람의 멋진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자신의 이야기도 다른 이들을 위로하고 설레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2017년도가 끝나갑니다. 올해 목표는 이루셨는지요? 2018년 계획은 무엇인가요?
종종 4컷의 만화도 그리고 있는데 그림도 다르고 호흡도 달라서 많은 부분 연습해야 해요. 그래도 지금 가장 재미있게 작업하는 것이 4컷 만화예요. 2018년이 오기 전에 지금 연재하는 일러스트 <구름 껴도 맑음>처럼 4컷 만화만으로도 책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2018년에 이루고 싶은 계획보다 앞으로의 바람이라면 지금처럼 꾸준히 가족의 일상을 그리고 싶고, 그리는 것에 지치지 않고 재밌게 그리고 싶어요.
▲대만 팬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말(그림)이 마음까지 전달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가볍게 흘려 들었던 말이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마음에 툭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 때가 많아요. 이번 책에서는 일방적으로 제가 말하게 되었지만 당신의 마음에 남을 수 있기를, 그리고 읽고 계신 당신의 마음도 제게 닿을 기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하는 신혼생활을 그림으로 표현해낸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 작가의 책 '구름 껴도 맑음'이 대만에서 '從你和我,變成我們'(너와 나에서, 우리로) 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됐다.
배성태 작가는 인스타그램, 네이버 그라폴리오, 페이스북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출판된 '구름 껴도 맑음'은 SNS에서 10만 명의 팔로워들을 설레게 한 그의 그림들을 모았다.
한국에서 보낸 온 배성태 작가의 인사 [배성태 제공] |
대만에서의 출판이 첫 해외 출판이라는 작가는 대만 독자분들이 자신의 그림과 함께 중국어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성이 전달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책이 출판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쑥 연락드렸으나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배성태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작가님을 페이스북(GrimB)을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작가님 책을 대만에서 볼 수 있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어떻게 대만에도 책을 내게 되었나요?
한국 출판사의 기획팀에서 대만의 출판사와 연락을 주고 받았나 봐요. 대만에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되었을 때는 정말 신났었죠. 책이 나오자 마자 중국어로 디자인된 책 표지를 받아보았는데 한국어 판 보다 글씨가 더 귀여워 보였어요. 글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글자 모양만 봐도 두근두근 거렸답니다. 대만은 꼭 다시 가고 싶은 나라였는데 제 책 때문에라도 다시 가봐야 겠어요. 다른 나라의 서점에 제 책이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상상도 안되지만 정말 황홀할 거예요.
중국어판 '구름 껴도 맑음' [전미숙 촬영 =대만은 지금] |
▲대만을 다시 가고 싶은 나라라고 하셨는데 대만에 오신 적이 있으시죠? 어떠셨나요? 다시 오신다면 어디를 가보고 싶으신가요?
대만에서는 웃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대만인인 제 친구도 그렇게 잘 웃어요. 밤에 거리를 다녀도 무섭지가 않았죠. 시끌벅적 했던 야시장에서 취두부를 먹었던 것과 아침을 먹기위해서 오래된 가게에 줄을 섰던 기억도 좋았고 깨끗하고 녹색의 나무가 많았던 거리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번은 대만인 친구가 어머니가 싸 주신 망고를 잔뜩 가지고 왔었어요. 한국에는 망고가 아주 귀한데 큰 통에 잘 잘라진 신선한 망고가 가득이었어요. 망고를 아낌없이 베어물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달고 맛있었어요. 그 이후로 망고를 먹어도 그때 생각이 많이 나네요.
예전에 왔을 때는 타이베이와 그 주변에 있는 진과스와 지우펀을 다녀왔어요. 모두 좋았지만 대만에 다시 간다면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 보다는 조금 더 떨어진, 대만 사람들의 일상이 더 묻어나는 곳들에서 오래 머물다 와보고 싶어요.
▲배 작가님은 해외 팬도 많으실 것 같아요. 팬들과도 소통을 하고 계신지요? 사실 작가님의 표현하신 감성은 해외에도 통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끔 해외에서 응원의 이런 메시지가 올 때도 있어요. 그림이 너무 예쁜데 뭐라고 적혀 있는지 읽을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쉽다는 거예요. 사랑이라는 것이 전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이 느끼는 감정이겠지만 아쉽게도 제가 그리는 그림 중 많은 부분이 글과 같이 표현이 되는 만큼 감성이 전달되는 깊이는 다른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제 그림이지만 특히나 이 그림들이 대만에 첫번째로 소개되어서 기쁩니다.
▲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일상의 소소한 장면들로 하여금 행복함을 느끼게 합니다. 어떻게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림에 그려진 내용들은 모두 저희에게 일어났던 일들이에요. 물론 그림이다보니 조금 더 예쁘고 멀리서 보는 것이니 실제보다는 조금 더 달달해 보일 수 있을 것 같네요 하하.
신혼생활을 그리는 것은 처음에는 저만을 위한 기록의 과정이었습니다. 신혼의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림으로 기록하던 일이 운이 좋게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응원을 얻었습니다. 대만에서도 제 이야기가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너무 궁금하네요.
일상을 그림으로 남긴 작가 [배성태 제공] |
▲어떻게 새로운 그림이나 장면을 구상하시나요?
그림을 그릴 땐 소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소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멍하니 있다가, 밥을 먹다가, 샤워를 하다가...즉 살아가며 언제라도 떠오를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은 그런 순간들을 머릿속에 지나가도록 놔두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것들을 그냥 지나가도록 두지 않고 기억하려고 애씁니다. 좋은 생각이 나도 곧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손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듯 사라지기 때문에 핸드폰이나 노트에 기록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록을 순차적으로 작품에 담지는 않고 그리고 싶은 것부터 그려요. 그날의 기분에 따라 그리고 싶은 이야기가 달라지거든요.
따로 뭔가 교훈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없이 처음 시작할 때처럼 그냥 일상을 기록하고 그림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다만 목표는 있어요. 보는 이를 따뜻하게 덮어줄 수 있는 담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따뜻한 것이 필요할 때는 슬쩍 가져와 덮을 수 있게요.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나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제 책 <구름 껴도 맑음>의 처음에 나오는 텅 빈 집 그림을 가장 좋아합니다. 별다른 색도 없이 사람의 뒷모습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는 그림인데요. 하얗게 텅 비어있지만 어떻게 보면 또 가득 차 있는 이 그림은 우리가 결혼을 하면서 느꼈던 많은 감정들이 함축되어 있어요. 앞으로 같이 살아가며 채우자고 말하고 있어요. 우리의 집을 만들어 줄 가구들도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들도요.
'구름 껴도 맑음' 중 텅빈 집 그림[전미숙 촬영=대만은 지금] |
▲배 작가에게 있어 행복이란?
저는 신혼을 다루지만 크게는 제가 살면서 일어나는 일상들을 다룹니다. 사람의 삶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그런 작은 일상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상에 많이 집중합니다. 예컨대 키우는 고양이가 숨 쉬는 배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밥을 하고 점점 진해지는 구수한 밥 냄새를 맡는 일, 청소를 하다가 잠시 멈춰서 문득 보이는 햇빛을 보는 일, 아내가 사용하고 새로 걸어 둔 수건에 감사하는 일 같은 거예요.
이렇게 비유하는 것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을 먹을 때는 음식에만 집중하라고 하잖아요. 쌀알 하나에도 집중하면 여러 가지 맛이 느껴지게 되는데 소소한 행복 안에도 여태 당연하게 지나친 것들이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을 느끼는 감정도 훈련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도 더 크지 않을까요? 그걸 모른다는 건 조금 아쉬울 거예요.
▲이 책을 어떤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사랑을 시작했거나 결혼을 준비 중인 분들, 결혼을 하셔서 저처럼 신혼을 즐기시는 분들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가장 바라는 모습은 자기 전 베개에 기대어 감정을 공유하며 같이 읽는 연인의 모습입니다.
▲작품 만드시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책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그림에 나오는 말과 달리 실제 저희 부부가 나누는 대화는 조금 더 장난스러워요. 그림으로 그릴 때는 오해가 없이 명확하고 빠르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러프한 상태의 대화를 제 나름대로 다듬어서 적고 있습니다. 그때 처음 대화의 느낌이 잘 살지가 않아서 조금 힘들었어요. 너무 달달하거나 딱딱하거나가 아닌 중간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혹자는 달달하기만 하다라고 하겠지만요 하하하
▲이 작품 말고 다른 활동도 하고 계신가요?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사연을 받아 독자와 함께 완성하는 그림인 <빈칸을 채우시오>와 저스툰에서 <집사와 꽁냥꽁냥>이라는 고양이 웹툰도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빈칸을 채우시오>라는 일러스트는 그림에 나오는 말풍선이에요. 그림을 먼저 그리고 칸을 비워두어 독자들이 채운 다음 몇 가지 사연을 선정해서 연재하는 그림이에요. 사랑하면 시인이 된다고 하는데 그런 말 처럼 다른 사람의 멋진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자신의 이야기도 다른 이들을 위로하고 설레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책과 함께 받을 수 있는 엽서[전미숙 촬영=대만은 지금] |
▲2017년도가 끝나갑니다. 올해 목표는 이루셨는지요? 2018년 계획은 무엇인가요?
종종 4컷의 만화도 그리고 있는데 그림도 다르고 호흡도 달라서 많은 부분 연습해야 해요. 그래도 지금 가장 재미있게 작업하는 것이 4컷 만화예요. 2018년이 오기 전에 지금 연재하는 일러스트 <구름 껴도 맑음>처럼 4컷 만화만으로도 책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2018년에 이루고 싶은 계획보다 앞으로의 바람이라면 지금처럼 꾸준히 가족의 일상을 그리고 싶고, 그리는 것에 지치지 않고 재밌게 그리고 싶어요.
▲대만 팬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말(그림)이 마음까지 전달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가볍게 흘려 들었던 말이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마음에 툭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 때가 많아요. 이번 책에서는 일방적으로 제가 말하게 되었지만 당신의 마음에 남을 수 있기를, 그리고 읽고 계신 당신의 마음도 제게 닿을 기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일상을 그림으로 남긴 작가. 이 에피소드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배성태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