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금 = 전미숙(田美淑)]
가희 덩리쥔(鄧麗君), 이 책을 읽기 전에 덩리쥔(鄧麗君, 등려군)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거라고는 ‘첨밀밀’(甜蜜蜜)과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등 몇 유명한 노래만 알고 있었다. 그 외에 내가 덩리쥔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었나 생각해보니 답은 간단했다. 아니다. 없었다.
덩리쥔(鄧麗君, 등려군) |
사실 나도 중화권 노래를 좋아했다. 근데 덩리쥔에 관해서는 거의 기억이 없었다. 왜였을까. 나는 중국어를 알기 전부터 중국노래를 들었다. 내가 그 당시 중국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방법은 테이프를 사거나 '채널V'를 보는 것이 전부였다. 테이프는 대부분 사대천왕같이 유명한 가수들 노래밖에 구매할 수 없었다. '채널V'는 대부분 신곡으로 중화권 노래 순위에 있는 노래들만 들을 수 있었다. 영화 '첨밀밀'은 1997년에 개봉했고 아마도 나는 그때 첨밀밀이란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것 같다. 덩리쥔은 1995년에 42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 내가 중화권 노래를 좋아할 때가 이때쯤이었다. 이 책은 내게 이런 사실을 일깨워 줬다.
첨밀밀 영화를 제외하고는 한국에서는 덩리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작가가 그렇게 덩리쥔을 좋아했는지 왜 그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파란만장한 덩리쥔의 부모님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 덕분에 중국과 대만의 역동적인 역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덩리쥔에 관한 책이지만, 대만, 홍콩, 중국, 일본 등 당대 시대의 이야기들로 어우러져 있다. 그의 인생은 역사와 함께 했다. 덩리쥔은 그냥 유명했던 한 명의 가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그는 16살에 자선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이후에도 많은 선행을 실천했고, 천안문 사태에 대한 그의 태도는 정치적 이념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평화와 민주를 바라는 그의 모습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역사책은 아니지만 덩리쥔이 살았던 시대의 많은 이야기, 우리가 잘 알았던 이야기와 많이 몰랐던 대만 이야기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여권 사건 같은 이야기는 정말이지 나는 생각도 못 했던 에피소드이다.
최창근 작가의 가희 덩리쥔 |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많은 노래가 소개된 걸 볼 수 있다. 책에 소개된 노래들도 들어보고 싶어 졌다. '시간의 흐름을 몸에 맡기고'와 같이 노래 가사를 보다가 노래를 찾아 듣기도 했다. 나중에 천천히 덩리쥔의 노래도 한번 쭉 들어봐야겠다. 책을 읽고 난 지금 그의 노래가 조금은 더 가깝게 느껴질 것 같다.
또한, 나는 예전에 내 기억 속에 있던 소설 하나를 떠올렸다. 어렸을 적 읽었던 소설인데, 이 책에 '경요'라는 작가의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이야기가 언급됐다. 나는 그 이름을 보는 순간 내가 잊고 있었던 책 '노을'이 떠올랐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여전히 노을이란 책 이름이 내 머리속에 남아있다.
이 책을 보고 나서야 그가 대만의 유명한 소설가라는 걸 알았다. '황제의 딸'도 그가 썼다는데, 전혀 몰랐다. 어쨌든, 내 어린 시절 대만과 연결고리가 한 개 더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나를 기쁘게 했다.
한참을 읽다보니 그의 가수로서의 성공 이야기만이 보여서 왜 사랑 이야기가 없지 하는 궁금증해질 무렵 그 이야기는 뒷부분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남자 작가여서인지 그의 사랑에 대해서는 아주 담담하게 적혀있다. 노래를 사랑하는 덩리쥔은 끝내 사랑을 포기하고 노래를 선택한다. 몇 애인이 있었지만 끝내 결혼하지 않았던 가희 덩리쥔. 나 혼자서 그의 인생이 조금은 외롭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덩리쥔(鄧麗君, 등려군) |
영어, 일어, 프랑스어, 광둥어까지 능통했고 뛰어난 노래 실력과 겸손한 태도로 사랑받았던 덩리쥔은 타이 치앙마이에서 1995년 5월 8일 천식으로 사망한다. 대만은 정부 차원의 장례위원회까지 만들었다. 그의 공식 장례식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팬 3만여 명이 그를 위해 모여들었다.
나는 몇 년 전에 그의 묘지를 가 본 적이 있었다. 지우펀과 예류를 여행 하던 도중 대만인의 소개로 갔던 당시에는 그냥 첨밀밀을 부른 가수 쯤으로 여기고 지나쳤다. 다시 그곳에 가게 된다면 그의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의 대표작,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의 한 구절을 써본다.
당신은 내게 물었죠,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내 감정은 진실되고, 내 사랑도 진실이랍니다.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