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중국이 중추절(추석)을 앞두고 대만산 연무(롄우)와 석가(스자)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려 20일부터 수입이 잠정 중단된다. 이에 앞서 중국은 대만산 파인애플도 수입을 중단한 바 있다.
연무와 석가의 수출 비중의 90%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기 때문에 이번 중국이 대만에 보낸 중추절 선물인 금수 조치는 대만 농민들에게 있어 바짝 긴장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만 정부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의사를 밝혔고, 기존 판로에 더 많은 주문을 받아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중국의 수입 비중이 높은 과일은 이번 금수조치에 힘입어 탈중국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파인애플 금수 조치을 당한 대만 정부는 자국산 파인애플 소비 장려 운동을 펼친 바 있다. 파인애플을 먹으면, 아니, 파인애플과 함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그야말로 애국자처럼 보일 정도 였다. 파인애플 소비장려 운동은 나름 성공을 거뒀다.
파인애플 금수 조치를 당했을 때 대만은 일본의 도움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이번에도 일본이 대만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주목된다. 최근 일본은 자국산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대만에 통 크게 여러 차례 기증했으며, 백신이 모자를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될 때마다 일본은 백신을 보내고 있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만에 가하는 압박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해충이 발견돼서 규정에 따라 수입을 중단한다는 발표는 핑계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해충은 발견됐고, 이로 인해 수입 중단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금수조치를 당한 연무와 석가는 지난해 대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97%, 95%를 차지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만산 농산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의존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중국에 의존한다라는 말은 대만이 을의 입장에서 갑인 중국이 선심을 쓴다는 뜻으로 들린다. 즉, 중국이 다른 나라에서 구매해도 되는 제품 또는 불필요한 제품을 대만을 위해 사준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중국이 대만산 과일이 아닌 대만산 반도체를 가지고 금수 조치를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봤다. 현실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2021년 1~3워 대만 대 중국 수출 통계를 살펴보면 반도체가 33% 증가했다. 이는 전체 증가율과 같은 폭이다. 즉, 반도체가 대중국 수출 증가를 이끈 셈이다.
중국의 2021년 1분기 반도체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20.9% 늘었다. 전세계 국가의 관련 분야 지출이 10-13% 성장한 것을 감안해 볼 때 중국은 수입을 더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만의 대중국수출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무역전쟁의 위험을 감안, 대만산 반도체를 대량 수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더군다나 대만기업의 대 중국 투자건수, 투자액, 대만기업의 전체 해외투자중 중국투자의 비중을 보면 중국 의존도가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대만기업의 대 중국 투자건수와 금액은 각각 914건, 146억 달러였다. 당시 해외투자에서 중국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3.81%였다. 하지만 2020년 투자건수, 투자액, 중국투자 비중은 각각 475건, 59억 달러, 33.35%다.
중국을 제외한 해외수출도 증가했다. 대미 수출은 2016년 335억2천만 달러에서 2020년 505억5천만 달러로 50% 이상 증가했다. 대일 수출도 2016년 195억5천만 달러에서 2020년 234억 달러로 늘었다. 월별 수출의 경우 2021년 4월 대 아세안10개국과 일본 수출액이 각각 25억3천만 달러, 57억7천만 달러에 달하며 월별 최고치를 경신했다.
마잉주 전 총통은 지난 5월 대만의 수출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대만의 대중국수출이 증가한 것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탈중 노선을 걷는 차이잉원 정부의 대중 정책을 비판했다.
대중국 수출이 증가했다는 것은 보고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