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 대니얼 코일이 쓴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는 얼핏 보면 자기계발서로도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팀'이라고 명명된 조직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것에 대한 설명을 담았다. 간단히 말해 경영학의 조직행동론에 가깝다.
이 책은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어떤 집단은 구성원을 합친 것보다 더 커지는데, 어떤 집단은 합친 것보다 작아지는 걸까? 이 질문은 곧 책의 프레임이 된다.
보통 이러한 집단을 보면 조직의 관리자나 리더 탓을 하기 십상이다. 마냥 무능해서라고.
이 책은 노키아의 최고경영자(CEO) 피터 스킬먼이 실시한 실험으로 답한다. 이 실험은 경영대학원생부터 변호사, 공학자, 디자이너, 건축가 유치원생까지 다양한 집단에게 주어진 소품을 가지고 제한된 시간 내에 가장 높을 탑을 쌓는 미션을 줬다. 그중에서도 경영대학원생과 유치원생의 모습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경영대학원생들은 의견을 교환하며 전략적 사고를 한 뒤 하나의 전략을 마련해 역할 분담을 하며 탑을 쌓아갔다. 하지만 유치원생은 전략 따위는 없었다. 분석이나 경험에 대한 교류도 없었다. 이들은 주어진 재료를 무작정 쌓았으며 소통이라곤 "여기야", "아니야 여기야" 등 단순 소통만 존재했다.
두 집단 중 누가 이겼을까. 해당 실험을 수없이 반복한 결과 유치원 아이들은 평균 66cm 가량의 탑을 쌓았다. 이는 경영대학원생이 쌓은 탑의 3배 높이였다.
이 책은 이에 대해 경영대학원생들은 서로 돕는 것 같지만 지위 관리에 매진했을 뿐 비효율적이었다고 지적한다. 문제의 본질을 놓쳤다는 것이다. 반면 이 유치원생들은 똑똑해서가 아니라 재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영리하게 협동했기 때문이라고 책은 말한다.
'집단 문화'에 대한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작가는 "문화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전진하는 살아 숨 쉬는 일련의 관계"라고 말한다. 즉,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단체나 집단을 접하다 보면 저마다의 문화가 있다. 이러한 문화는 보통 소통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이 책은 이러한 '집단 소통'을 '케미'(chemistry)라고 정의한다. 좋은 케미를 가진 집단을 마주할 경우 기묘하고, 강력하고, 흥분되면서 다른 집단과 차별화된 편안한 기분이 든다.
이러한 케미의 발산은 소속감에서 비롯된다. 또한 이러한 소속감은 신호에서 비롯된다. 문자가 있기 전 인간은 집단 생활을 해왔으며 이 생활 속에서 신호로 소통했다는 것이다. 소속 신호는 에너지, 개인화, 미래 지향이라는 세 가지 특징이 있는데 이는 소속된 집단에 속한 구성원이 심리적 '안전함'을 느껴야 가능하다.
조직내에서 일반적인 말하기와 듣기만으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다. 말은 말일뿐. 이 책은 이것이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형성되는 과정이며, 곧 문화가 창조되는 순간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2000년대 구글과 오버추어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구글이 오버추어라는 광고계의 거물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었는가가 나온다. 당시 구글은 소규모 벤처기업에 불과했다. 당시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구글은 오버추어를 따라잡기 위해 검색어에 따른 광고를 노출 시키는 '애드워즈 엔진'(Adwords Engine)을 개발했지만 그 기능은 오버추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구글 창립자 래리 페이지는 이 엔진이 형편 없다는 쪽지를 주방에 남겨놓았는데, 이 업무와 관련 없는 엔지니어 제프 딘이 이 쪽지를 보다가 자신이 얼마전 비슷한 문제를 처리한 경험이 떠올라 곧장 애드워즈 엔진을 손보기 시작했다. 그는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에 몰두했다. 결국 엔진의 성능은 소비자 니즈를 만족시켰고, PPG(Pay-per-click) 시장을 장악했다. 이 덕분에 이듬해 구글의 순이익은 600만 달러에서 9천900만 달러로 급증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오버추어는 관료주의로 인해 시장 대응에 실패했다.
흥미로운 점은 엔지니어 제프 딘이 자신 이러한 일을 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평소와 비슷했다"며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회고 고했다. 이 책 서두에서 소개한 한 실험에 참가한 유치원생들처럼 이들은 지위나 책임 따위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1990년대 사회학자 제임스 배런과 마이클 한난은 미국 실리콘밸리 200여 개의 스타트업을 선정해 설립 문화를 분류, 분석했다. 유명하고 똑똑한 인력을 찾는데 열중한 스타 모델, 전문성을 강조하는 '프로페셔널 모델', 회사 구성원들과 비전과 가치를 나누고 교감을 형성하는데 초점을 맞춘 '참여 모델'로 나뉘었다. 이들 가운데 꾸준히 높은 성과를 낸 것은 참여 모델을 적용한 스타트업이었다.
누군가는 삼성 같은 몸집이 큰 기업에는 이러한 모델을 적용할 수 없다고 비난할런지도 모르겠다. 구글이니까 가능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보통 눈에 보이는 것, 즉 사람과 그 사람이 갖춘 기술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다. 소통이다. 이런 소통은 곧 교감이자 신호다. 이러한 소통은 날마다 반복되고 한데 모이면서 강한 결속으로 향한다. 또한 소통의 거리도 중요하다.
"늘 활력이 넘치고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집단은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데 더욱 큰 관심을 쏟는다. 현재 상황이나 앞으로의 방향성을 두고 충돌하면서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고 진솔한 피드백이 수시로 오간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쳐 난관을 돌파할 대안과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대니얼 코일은 행동에 바탕을 둔 구호를 정하고 실적보다 가치를 측정하라고 강조한다.
나는 읽는 내내 '대만은 지금'이 지향하는 것들과 너무 비슷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비밀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소통 부분에 있어 깊은 반성을 하게 됐다. '대만은 지금'이 회사가 아니기에 수치적, 물리적 목표로부터 자유롭다고 할 수 있지만서도 경제적 어려움, 가치와 성취에 대한 압박은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로 인해 발목을 붙잡히고 싶지 않은 나는 이 책 서두에 등장한 유치원생으로 회춘(?)하기로 결심했다.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그냥 하기로.
책 정보 요약
저자: 대니얼 코일
번역: 박지훈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2018년 03월 16일
원제 : The Culture Code: The Secrets of Highly Successful Grou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