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커원저 시장 [류정엽 촬영=대만은 지금] |
[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올해 5월에 연임을 시작했지만 대만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2024년 총통 선거에 누가 출마할지 관심이 뜨겁다.
라이칭더(賴清德) 부총통, 정원찬(鄭文燦) 타오위안시장, 주리룬(朱立倫) 전 신베이시장, 허우유이(侯友宜) 신베이시장 등이 총통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원찬 타오위안시장은 총통이 되는 것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말해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17일 의사 출신 민중당 주석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시장은 시의회 시정보고에서 2024년 총통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생각하지 않고, 직접 준비한다"고 말하며 총통선거 출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비쳤다.
커원저 시장이 2024년 총통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뉴스도 아니다. 정상인이라면 타이베이시장을 거쳐 총통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라운 건 총통선거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는데도 공개적으로 총통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다. 너무 이른 선언이 아닌가 싶다.
커 시장의 출마 선언은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보다 가장 빨리 공식적으로 선거 출마 의사를 내비쳐 의아함을 자아낸다.
더군다나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의 평가를 비롯해 정치인 인기도 조사에서 커 시장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 유력 주간지 '천하'가 9월초경 실시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집정 만족도에서 커 시장은 21개 현시장에서 꼴지를 차지했다. 그가 받은 점수는 49.5점었다.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커 시장의 인기는 하락세다. TVBS가 발표한 8월 대만내 정치인 만족도에서 커시장의 만족도는 32%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에 오른 12명의 정치인 중 10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장치천(江啟臣) 국민당주석이 각각 30%, 29%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그가 녹색 진영의 민진당과 청색 진영의 국민당의 세력을 잡지 못했을 뿐더러 그를 응원하던 중도들이 이탈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분석했다.
특히 커 시장은 시장 당선 전만 해도 민진당 및 시대역량당을 지지하며 대만독립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장직에 오른 뒤 연례 행사인 타이베이-상하이포럼, 2017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최 이후 커 시장의 정치적인 입장은 모호해진 모습이다.
커 시장은 줄곧 국민당과 민진당 중간의 입장을 고수하려 하고 있다. 중국이 정치적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상응하는 표현으로 꼽히는 '양안은 한 가족'이라는 말에 그는 동의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커 시장은 중국이 말하는 '통일'을 지지한 적이 없다. 또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 적도 없다. 어찌보면 그를 중도진보라고 봐야함이 옳을 것이다.
커 시장은 총통 선거에 출마 의사를 내비친 가운데 남은 시장직에 전념해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그간 모호했던 정치적 입장이 확고해질지 두고 볼 일이며, 이에 따라 하락한 그의 지지도가 회복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