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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군의 횡설수설] 올해 유난히 독서가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

 


올해 유난히 독서가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

독서의 의미와 동기부여를 생각하다




[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2021년 신년이 왔다. 독서가 하고 싶다. 독서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독서는 마음만으로 실천하고 있는 행동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삼스레 반성을 하게 됐다. 솔직히 말해 최근 1년 반 동안 책을 정말 등한시하고 살았다. 내심 ‘읽어야지’하면서 책장에 꽂힌 책들의 표지의 제목만 읽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최근 독서를 할 만한 동기가 부족했다. 


대만에 있다 보니 한국어로 된 책을 읽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어로 된 책을 보기 위해서는 타이베이 시립도서관 같은 곳이 가야 한다. 그러나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보장도 없다. 한국어로 된 책들을 배편으로 한아름 받았으면 하는 상상도 종종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독서는 중국어로 된 책을 보게 된다. 대만은 간체자를 사용하는 중국과는 달리 번자체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어로 책을 읽는 속도는 모국어만큼 따라가지 못해 상당히 더디다. 한계가 있다. 독서에 대해 나름 사색해 보았다. 



독서가 뭘까?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일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독서를 “심신을 수양하고 교양을 넓히기 위하여 책을 읽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책을 읽는 목적이 심신수양 및 교양의 확장이 돼야 독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독서의 한자인 讀書는 중국어로 ‘두슈’라고 말하는데 이는 ‘(책으로) 공부하다’라는 의미가 있다. 과거 통일신라시대에도 이 단어가 사용됐다. 바로 한반도 최초의 관리 선발제도인 ‘독서삼품과’다. 독서삼품과의 독서는 현재 중국어에서 사용되고 있는 의미와 동일하다고 생각된다. 국학 졸업생이나 재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진 이 국가고시의 요건은 학문이었기 때문이다. 


문득 광화문 근처 교보문고 앞 돌덩어리에 새겨진 글귀가 떠오른다.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라는 문장에서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부분을 사람을 주어로 다시 바꾸면 “사람은 책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말이 된다. 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영국 철학자이자 정치인이었던 프란시스 베이컨도 “독서는 완전한 인간을 만든다”고 했다.


책이 사람을 만들기까지 사람은 독서삼매경(讀書三昧境)에 빠져야 할 것이다. 삼매경이라고 하니 세 가지 뭔가가 있을 것 같지만, 몰입이나 집중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삼마디’(sama-dhi)를 중국어로 음역(音譯)한 표현이다. 불교용어다. 분산된 여라 가지 생각들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시킨다는 말로 이를 통해 평정을 얻는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남송(송나라) 유학자 주희(朱熹)는 독서삼도(讀書三到)를 말했다. 입, 눈, 마음을 모두 하나로 모아 반복, 숙독하면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일부 대만인들은 독서에 빠진 사람들은 오래 산다는 말도 한다. 노자는 100세 이상, 공자와 주희는 70세 이상을 살았다. 


하지만 독서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하다. 독서를 유발하는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동기가 더욱 구체화된다면 독서를 생활의 일부로 다시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그저 나 자신의 내재적 동기에 의해 책을 읽기 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독서 요인이 될 것이다. 내재적 동기라 함은 개인적인 흥미, 호기심, 성취감 등에서 비롯되는 동기를 말한다. 내 경험에서 비추어 볼 때, 내재적 동기로 유발된 독서는 책을 편 뒤 끝까지 읽고자 하는 욕구도 강하고 읽던 책을 다 읽고 다음 책을 읽어야겠다는 의지로도 이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인지적 사고도 깊이 있고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보상이나 처벌 등의 외적 동기에 의한 독서는 나에게 효과적이지 않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보상을 받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함으로 책이 말하는 내용과 교훈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다. 물론, 외적 동기로 유발된 독서가 내재적 동기로 이어진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독서자 당사자 성향과 읽고 있는 책의 흥미도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독서에 당근과 채찍이 있으면 비효율적이다. 독서에는 내재적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 독서는 단순히 책에 있는 문자를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자를 통한 전방위적 사고를 수행하는 일련의 창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다니엘 핑크 박사는 복잡하고 창의적인 업무에 보상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보상이 높다고 창의성이 더욱 발휘되지 않는다. 자발적인 독서를 위해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문화체육부가 조사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이 연간 평균 독서량이 7.5권으로 집계됐다. 2017년에 비해 1.9권 줄었다. 책을 읽기 어려운 이유로는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 이용’이 29.1%로 가장 많이 꼽혔다. 


대만의 경우는 한국보다 심각하다. 2018년 조사에서는 1인당 평균 4권을 읽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는 2015년 평균 8.5권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주요 원인으로는 전자제품의 발달 및 출생률 감소가 꼽혔다. 


독서에 대한 동기 부여가 독서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얼마나 극복하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신없는 일상에 스마트폰에 대한 유혹은 독서에 대한 욕구를 낮춘다. 한 때 책에 미쳐 산 적이 있었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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