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읽은 <살아보니, 대만>[류정엽 촬영] |
[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살아보니, 대만>을 읽었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된 책에 거주하고 있는 대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기에 단숨에 읽기를 여러 번 했다. 대만 서점가에서 우리말로 된 책을 구입할 수 없는 만큼 이 책은 내게 있어 단비와도 같았다. 나와 일면조차 없던 조영미 교수는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내게 책 한 권을 대만으로 보내 줬다. 그렇게 <살아보니, 대만>은 내 수중에 들어왔다.
나는 대만을 경험한 이들에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 "대만에 살아보니 어땠습니까?"라는 질문이다. 이 책은 성심성의껏 그 답을 적어 놓았다.
이 책에는 저자 조영미 교수의 대만 생활에 대한 ‘희노애락’이 담겼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에 20년 이상 헌신한 저자가 쓴 간결하고 말끔한 문장 속에 담긴 임팩트 있는 표현들은 내 과거 대만 생활의 경험들을 불러일으켰다.
작가의 문장력 덕분에 속도감 있게 글을 읽다가도 공감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읽고 다시 읽었다. 책을 향해 말을 걸며 혼자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조영미 교수처럼 나도 대만 이야기를 공유할 사람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은 대만 살이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겼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남부 '가오슝'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내 대만 생활 중 최초 2년간의 유학 생활은 가오슝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타이난'에서 시작됐다. 나는 교수자로서의 남부 경험담을 읽으며, 학습자로서의 남부 경험담을 떠올렸다.
이 책을 통해서 대만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조영미 교수의 경험담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대만에서 살면서 단편적인 경험을 통해 정체성이 다양화되어 있는 대만을 딱히 '무엇'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저자가 책에 풀어낸 경험은 대만에 온다면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을 법한 상황이다.
어쩌면 그렇게 '설'을 맛있게 잘 풀어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분명 저자 입장에서는 심각하거나 짜증났을 상황이 보이지만 이마저도 말랑말랑하게 풀어냈다. 수년 전 한 대만인이 내게 한 말이 떠올랐다. "(대만에 대해) 입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은데 손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이 책은 대만을 경험해 본 이들에게 대만에 대한 '추억’을, 대만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다 주고 , 대만을 경험하고자 하는 궁금증이 많은 이들에게 '참고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