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지난해 8월 중국 원저우에서 열린 바둑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중국에 갔다 당국에 '반분열국가법' 위반 혐의로 체포 및 구금돼 조사를 받아온 양즈위안(33) 씨가 반년이 지나서야 중국 당국으로부터 구속됐다.
26일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은 "저장성 원저우시 국가안전국이 대만인 양즈위안의 국가분열죄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구속을 공식 승인했다며 다음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 당국이 양씨에게 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일 양씨가 중국 법원으로부터 가장 무거운 형을 선고 받을 경우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만 정부의 요구에 대답 없는 중국
25일 천젠런 대만 행정원장은 구금 및 수감의 모든 과정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며 인권 보장이 돼야 양안 교류가 안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보다 양안간 교류도 빈번해지고 있다며 중국은 중국으로 향하는 대만인들의 신변 보호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대만의 중국 담당부처인 대륙위원회는 2022년 8월부터 현재까지 소통 채널을 통해 양즈위안이 하루 속히 안전하게 석방돼야 한다고 수차례 표명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즈위안은 죄가 없다며 중국 공산당은 가급적 빨리 그를 석방해 대만으로 되돌려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양즈위안의 체포 시기는 미국 하원의장 대만 방문 직후
공교롭게도 양즈위안의 체포 소식 발표 시기는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 직후였던 지난해 8월 3일 저녁 무렵이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보복조치 중 하나로 보기도 했다.
이날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원저우 국가안보국은 타이중시 출신 대만인 양즈위안을 급진 대만독립 노선이라며 대만독립 사상을 옹호하고 다른 사람들과 불법 대만독립조직을 꾸려 국가분열 및 국가분열선동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발표가 있고 난 뒤 그에 대한 다음 소식은 6개월이 지난 25일이 돼서야 구속 허가를 내렸다는 것만 발표했다. 중국최고인민검찰원이 발표한 양즈한이 대한 공고는 100글자 미만이었다.
중국, 양즈위안의 대만독립분열 행위 내역 공개
중국 관영 CCTV는 8월 10일 다시 양즈위안의 과거 활동 이력을 공개하며 대만독립 사상에 물들어 있다고 문제 삼았다. 보도에 따르면, 그가 중학생이던 2006년 대만독립 활동을 시작해 2008년 학생 운동에 참여하고 민진당 타이중시 청년회 회장을 맡았다. 2011년 대만민족당 창당 조직에 들어가 '건국을 위한 국민투표'를 홍보했고, 2019년 대만민족당 부주석에 오른 뒤 급진 대만독립 노선을 걸었다. 그러다 천수이볜 전 총통이 대표로 있는 일변일국당에 들어가 신베이시 입법위원으로 선거에 출마했다.
CCTV는 그의 죄목으로 대만독립 이념을 장기적으로 옹호한 것, 타인과 협력해 대만을 국가로 만들려는 대만독립 조직 대만민족당을 창당한 것, 대만이 주권국가라며 유엔 가입을 해야 한다고 홍보한 것, 건국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한 것, 급진 대만독립 노선에 서서 대만독립분열활동을 주도한 것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입장은 일관되지 않았다는 것이 대만 언론들의 지적이다. 언론은 양즈위의 민진당 탈당 이유에 대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지도력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양씨가 입법위원 후보 시절 "중도 유권자라면 양대 정당(국민당과 민진당)에 대해 보이콧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는 급진통일파 통일촉진당과도 빈번한 교류를 했다. 입법위원 낙선 후 정치에 시들해진 그는 정계를 떠났다.
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계를 떠난 양즈위안을 체포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주최한 바둑대회에 나가려고 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여러 대만 언론은 "양즈위안의 체포는 지난해 8월 처음 이뤄졌고 올해 4월에야 '체포 승인'이 나왔다"며 "대만인을 일단 잡아들인 다음 인터넷 무한 검색을 통해 혐의를 뒤집어 씌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양안전문가, "중국, 과거의 반중국 행위도 이력으로 남겨"
대만내에서는 중국이 양즈한을 본보기 삼아 양즈한에게 취한 동일한 방법으로 대만인들을 바짝 옥죌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양안문제 전문가 우써즈 양안정책협회 연구원은 "학생 시절 공무나 정치적 의식을 표현한 적이 있어도 중국의 기록의 일부로 남을 수 있다"며 "이러한 중화민국이 주권 독립국가라는 인식이 국가분열죄에 엮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분열국가법 위반 대만 관련 인사 3명 더 있어
지난 3월 대만인과 결혼해 대만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중국 국적 출판계 인사가 중국 상하이에 어머니를 뵈러 갔다가 '반국가분열법'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대만의 한 출판사 총편집인으로 중국 공산당의 역사관과 다른 책들을 다수 출간했고, 이들은 중국에서 금서로 지정됐다.
대만 인권운동가 리밍저는 2017년 중국 입국 중 당국에 체포돼 '반국가분열법' 위반 혐의로 5년형을 받고, 2022년 4월에서야 석방돼 대만에 돌아왔다. 그는 중국 인권단체와 교류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8월 20일 대만 남부 핑둥현 팡랴오향 정치고문으로 알려진 리멍쥐는 중국 선전에 들어간 뒤 체포됐다. 그는 1년10개월 징역형을 모두 마쳤지만 중국 당국은 추가 처벌을 위해 그를 구금 중이다. 중국은 과거 그가 대만독립성향 단체의 이사를 역임한 점, 홍콩 발발한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시위대 지지 및 정보 유출, 선전의 군사 훈련 정보 사전 입수 후 사진 촬영 등을 그의 죄목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