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금 = 전미숙(田美淑)]
대만에서 마스크 쓰는 생활 습관은 언제 만들어진 것일까?
자료 사진[픽사베이 캡처] |
대만인 간호사 친구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대만에서는 이렇게 마스크를 잘 썼어?"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스 때부터"
대만 뉴스를 찾아봐도 요즘처럼 마스크를 쓰는 습관이 생긴 건 2002년 11월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증후군·SARS) 때부터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03년 12월 31일 통계에 따르면(2002년 11~2003년 7월 31) 전 세계에 8천 96명이 감염되고 774명이 사망했다.
대만 위생복리부 질병관제서(衛生福利部疾病管制署) 자료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2003년도에 첫 확진자가 생긴 후 총 346명이 감염됐고 73명이 사망했다.
그 당시 병 전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고 한다.
대만에서는 평소에도 마스크 쓴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다.
내가 회사에서 일할 때도 내가 기침을 계속하면 눈치를 준다. 마스크를 빨리 쓰라는 신호다. 감기에 걸려 기침하면서도 왜 마스크를 안 쓰냐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감기에 걸려서 기침을 한다거나 하면 바로 마스크를 쓴다. 이게 사람들을 위한 예의이기도 하다.
대만에 여행 온 한 한국 친구는 "대만에는 왜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아"하며 물어본 적도 있었다. 대부분은 아픈 사람이 쓰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쓰는 사람도 있다.
마스크를 쓴 대만인 친구에게 감기 걸렸냐고 물어보니 아니란다. 그래서 왜 썼냐고 물으니 엄마가 몸이 안 좋은데 내가 감기 걸리면 안 되고 감기 같은 병균 옮길까 봐 사람들이 많은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는 꼭 마스크를 쓴다고 했다. 예방 차원이다.
2015년 메르스가 대만에서도 유행했을 때 나는 대만에 있었다. 회사에서는 매일 매일 직원들의 온도를 재고 체크했다. 기침하거나 하면 마스크는 기본이고 한 회사 동료는 체온이 조금 높아 약간 의심된다며 며칠 동안 자택 근무를 했다.
대만은 2017년 전 세계 외국인 거주자를 지원하는 단체인 '인터네이션스'(InterNations)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살기좋은 나라 4위를 차지했다. 건강과 웰빙 항목에서 65개국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68%가 넘는 사람이 대만 의료 기술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87%는 대만 의료비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답했다.
2016년도에는 살기 좋은 나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는데 높은 의료 기술과 거기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의료 부분에서 역시나 1등을 차지했었다.
나도 대만에서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도 치료도 받고 했지만 내가 느낀 대만의 의료 기술은 상당히 우수하다.
하지만 대만은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에 가입된 국가가 아니다. 1971년 대만은 UN에서 중국의 위치를 대표하는 것이 대만(中華民國)이 아닌 중국(中華人民共和國)으로 대체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도 끊어졌다.
자료 사진[픽사베이 캡처] |
민진당(民進黨) 정권이던 대만이 친중국파인 국민당(國名黨) 출신의 마잉주(馬英九)가 2008년 집권하면서 중국과의 양안 관계는 대폭 개선되고 2009년부터 WHO의 동의로 옵서버의 자격으로 세계보건총회(WHA)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2017년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이 들어서고 마잉주 정권 때 인정한 92공식(九二共識)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옵서버의 자격까지 박탈당한 후 여전히 WHO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2020년 1월 재임에 성공했다.
이번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WHO와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에서 발생한 만큼 여전히 중국과 많은 교류와 왕래가 있는 대만과는 밀접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
차이잉원 총통은 마스크 확보를 위해 한 달간 국내 마스크의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또한 22일 우한 여행객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26일에는 후베이성(湖北省)을 포함한 중국인 여행객들의 대만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대만 설 연휴는 29일(수)까지다. 아직 설 연휴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우한 폐렴'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는 생활 습관은 자신을 보호하고 남도 보호하는 아주 중요한 습관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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