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대만의 제 1야당인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이 입법원(국회)을 점거한 지 20시간만에 물러났다.
이들은 20일 감찰원장에 지명된 천쥐(陳菊) 전 총통부 비서장 임명 동의에 반대 의지를 표명함과 동시에 입법원 점거에 들어갔다.
29일 여당 민진당 입법위원들은 입법위원에 들어가 국민당 입법위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20시간만에 입법원 의장을 탈환했다.
7월 22일 이전에 감찰원장 및 다른 인사안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 3박 3일 점거를 할 계획이었던 국민당은 이러한 행동에 경험이 부족했다면서 이번 항의는 그저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국민당은 그러면서 인민의 한 쪽에 설 것이며 녹색 진영(민진당)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함께 해줄 것을 촉구했다.
민진당 측은 이번 국민당 입법위원 행동에 대해 '해바라기 학생 운동'을 빗대며 국민당 위원들을 비난했다. 해바라기 학생 운동은 2014년 3월 18일부터 4월 10일까지 대학생과 사회운동 단체가 양안서비스무역협정에 반대, 입법원을 점거, 농성을 벌인 것으로 일명 318학생운동이라고도 불린다.
감찰위원으로 지명된 이들 중 사실상 8~90% 모두 민진당 관련 인물들로 국민당은 이에 대해 이를 재고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당은 사실상 정부와 세력의 격차가 크며 서로 전혀 다른 입장이기에 이번 인사 안을 막는다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29일 입법원내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국민당, 민진당 입법위원들 [SETN싼리 신문 캡처] |
입법원은 6월 29일부터 7월 22일까지 임시회의를 소집한다. 이 기간 중에는 농지수자원 관련 법 수정안, 국민참여형사심판법 초안, 기초건설안 2기 예산안을 비롯해 감찰원, NCC, 위원회 인사동의권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국민당, 민중당은 공로에 대한 보답으로 해당 직위를 천쥐에게 내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천쥐는 당내의 신조류계의 거물이며 과거 당내에서 차이잉원 총통에 많은 도움을 줬다.
천쥐가 민진당을 탈당한다고 선언했지만 그 영향력은 민진당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치천(江啟臣) 국민당 주석은 29일 저녁 민진당은 감찰원과 고시원을 폐지하려고 하고 있다며 "우리가 일어나지 않으면 국회의원의 존엄은 짓밟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당은 천쥐가 가오슝시장을 12년간 역임하면서 감찰원 조사 58건, 조정안 30건, 탄핵안 3건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민진당은 "천쥐는 현재 감찰원 조사를 받고 있는 안건이 하나도 없으며 그저 메이리다오사건(美麗島事件)의 피해자"라며 "해당 직위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메이리다오사건은 1979년 12월 10일 가오슝시에서 대만 독립성향의 잡지 '메이리다오'가 주관한 시위로 경찰관과 충돌하고 관련자들이 투옥된 민주화사건이다.
한편, 이번 국민당 입법위원들의 입법원 점거한 기간 동안 타이베이 최고기온이 38도를 넘어선 가운데 입법원 행정부측은 에어컨 가동을 고의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원을 점거한 국민당 위원들은 체감온도 40도가 넘는 입법원내에서 선풍기와 부채에 의존한 채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