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누군가와 대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마다 두서 없이 써내려가는 ‘류군의 횡설수설’ 코너다. 휴대폰으로 끄적끄적.
내가 그토록 원하던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과 중국 군용기의 일반적인 이동 경로가 표시된 이미지를 찾았다.
나는 이 이미지를 보면서 중국 군용기가 대만을 위협했다는 보도들을 다시 차근차근 살펴봤다. 이런 보도를 볼 때마다 방탄소년단이 떠오른다.
보통 대부분 중국 군용기들는 남부전구 등에서 이륙해 대만을 끼고 크게 돌아 남중국해, 일본 미야코해협 등을 통과한다.
이때 대만군은 잔뜩 긴장을 한다. 아니 적어도 긴장한 척은 한다.
대만 군 당국은 중국 군기가 대만 인근을 오고 갈 때마다 보도자료를 줄기차게 내기 시작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2016년 5월 20일 차이잉원 총통 취임 후부터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대신 각자 표기의 원칙(일중각표) 내세웠던 마잉주 전 총통과는 달리 차이잉원 총통은 하나의 중국을 거부했다.
마잉주 정부 때를 곱씹어 본다. 당시 적어도 하나의 중국을 인정했기에 중국은 대만에 위협을 전혀 가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중국 군용기에 호의를 베풀어 지나가도 별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중국군기의 대만 위협 보도들은 지금만큼 나오지 않았다. 당시 일상적인 중국군의 비행에 대해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릴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친미 반중 노선의 차이잉원 정권이 들어서자 중국군은 상당히 저돌적으로 변해버렸다.
더군다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 서면서 항행의 자유니 뭐니하며 미군 군용기와 군함들이 대만해협을 마치 내 집 드나들 듯이 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는 그저 늘 가던 경로를 따라 연례훈련 차 비행해도 대만을 위협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중국군이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면 보도될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냥 예전처럼 대만 인근을 지나간 것뿐인데 전투준비태세를 갖췄다느니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다느니 등의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만드는 건 대만 국방부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이는 과거 국민당 정부 때의 국방부는 중국군 경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대만인들에게 심어준다.
재미난 건 언론들을 통해 대만군의 대응 내용이 구체적이고 자극적으로 알려진다는 점이다. 조금은 유치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여기는 대만 공역이다. 당장 떠나라”라고 경고방송을 몇 번 했다는 식이다. 이러한 보도들은 현장감과 위기감을 극대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중국 군용기가 대만을 위협했다는 소식이 보일 때마다 많은 대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차이잉원 정부 취임 직후 중국군이 대만을 위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 그려려니 했고 관심도 없었다.
차이잉원 총통 재임 후 상황은 달라졌다. 전쟁설도 고개를 들고 미군 주둔설에 수교 이야기까지 나오며 심지어 전쟁이 나면 대만을 위해 싸우겠느냐는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열혈의 대만 젊은이들은 사상 유래없는 애국심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는 미군이 도와줄 것이라 믿거나 도와주기를 원한다. 이들의 반응을 접할 때마다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
이런 중국군의 대만 위협 보도에 대해 중국 본토에서 건너와 대만에 거주하는 연세가 지긋한 80대 어르신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차이잉원 덕분에 국민들 지리 교육은 걱정 없어. 마잉주 때는 저런 게 없어서 일본 미야코가 어디 붙었는지도 몰랐거든. 요즘은 국방부가 친절하게 매번 지도를 보여주니까.”
“차이잉원이 시진핑 덕을 제대로 보고 있지. 차이잉원은 시진핑에게 고마워 해야 돼.”
차이잉원 정부는 어쩌면 대만 국민들에게 단순노출효과를 노렸을지도 모른다. 단순노출효과는 간단하게 말해 보고 또 보면 그렇다고 믿게 되거나 호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일도 아닌 것을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심각하게 노출시켜 그렇다고 믿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는 반중정서 극대화 및 자주국방을 내세운 차이잉원 정부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
나는 중국군의 대만 위협 보도가 나올 때마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다방면으로 노출되고 있는 방탄소년단이 떠오른다.
방탄소년단의 잦은 노출은 팬들에게 더욱 호감을 심어주고, 잦은 중국의 위협 보도는 대만인들에게 반중 정서를 고취시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