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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군의 횡설수설] 대만 길거리 매대에서 판매되는 돼지고기는 대만산이다?

돼지들 [인터넷 캡처]

 

[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대만은 지금 돼지고기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대만 정부가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허용키로 하면서 성장촉진제로 알려진 락토파민이 함유된 돼지고기가 수입될 것이기때문이다. 

미국산 돼지고기는 내년부터 대만에 수입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적지 않은 대만인들이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돼지고기는 이미 정치적 논쟁거리로 급부상했다. 돼지고기가 서민들이 즐겨 먹는다는 정치인들의 말장난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식품 안전 문제에 대해 그 만큼 대만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싶다. 

많은 이들은 미국산 돼지 대신 대만산 돼지고기만 먹겠다고 한다. 지인부터 모르는 이들까지 여러 대만인들에게 물어봤다. 대부분은 대만산 토착 돼지고기가 대부분 시중에 유통되고 있으며 수입돼지는 거의 없다고 알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락토파민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내년부터 채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씀하신 대만 어르신의 말이 떠올랐다. 이상하게 어르신들은 모르는 사이임에도 외국인인 날 붙잡고 이런 이야기를 참 많이 하신다. 내가 너무 쉬워 보이나. 


어르신: 돼지고기 먹는가? 

나: 먹지요. 앞으로 좀 줄여서 먹으려고요. 

어르신: 일본인인가? 홍콩인? 

나: 저 한국인입니다. (성조와 발음이...)

어르신: 한국 드라마 보니 한국인들은 삼겹살을 먹는 것 같던데... 한국에서 파는 돼지는 다 한국산인가 봐? 

나: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만도 돼지고기를 예전부터 수입했다는 기사가 있던데요. 

어르신: 아니야. 내년부터 수입하지. 미국 돼지를 말야. 

나: 미국 락토파민 돼지 말고 옛날부터 돼지고기를 수입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르신: 아니야. 그건 자네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잘 몰라서 그런거야. 


어르신은 그러면서 현 정부가 큰 실수를 했다며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셨고, 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잘 모른다”는 어르신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 뿐 어르신이 뭐라고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아 최대한 정중하게 인사를 드린 후 자리를 떠났다. 

아, 이건 대만에서 서양인들로부터 자주 듣던 면죄부용 대사 아니던가. 

「因為我是外國人,所以我不知道。」

대만에서 수입 돼지고기는 이미 유통되고 있다. 원산지를 알기 어렵다. 대만에서 전통시장이라 부르는 재래시장에 가면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잘라 냉장고에 보관돼지 않은 채 매대에 놓고 판매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수년 전 한 시장에서 고기를 파는 상인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만에서 키운 토착돼지라서 얼리지 않아 이렇게 파는 거라고. 당시 난 속으로 ‘수입한 걸 얼렸다 녹여서 저렇게 팔면 알게 뭐야’라고 생각했다.

이를 계기로 이후에 나는 대만도 돼지를 수입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럼 얼마나 많은 수입 돼지고기가 대만에 들어올까? 업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연간 약 8만 톤이 수입된다. 

또한 8만 톤의 수입 돼지고기의 약 90%가 가공식품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최근 대만 언론에도 보도됐다. 

대만에서 제조된 가공육을 사용한 소시지, 베이컨 등이 수입 돼지고기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나머지 10%는 귀, 족발, 대장, 입주위 부위 등 대만 식당 또는 매다에서 흔히 반찬처럼 파는 음식의 재료다. 

10%의 특수 부위는 대만인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수입하는 것이며 서양에서는 이 부위를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식당으로 유통되므로 먹지 말아야 한다는 소문이 있다. 

확인하기 힘든 부분이다.

타이베이 몇몇 식당에 가서 물어보니 차갑게 “대만 토착돼지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움 받을 용기에 던진 질문 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퉁명스러운 대답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대부분 대만사람들는 대만산 토착돼지보다 수입산 돼지고기가 훨씬 싸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가서 돼지고기 한 번 안 사봤을 것 같은 정치인들은 미국산 락토파민 돼지는 저렴하다고 말하고 있다. 관세를 대폭 인하하면 그리될지도 모르겠다 싶다. 

돼지고기는 세계적으로 시장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시장가격은 미국이든, 유럽연합이든, 아르헨티나든 관계없이 동일하다. 여기에 운송비, 관세, 창고 비용 등이 더해지면 실제 가격은 대만산 돼지고기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즉, 락토파민이 함유되었다는 미국산 돼지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문제를 여론적으로 잘 이용하면 사실상 업자들이 대만산 토착 돼지고기 가격을 더 올려도 크게 비난 받지 않을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문제로 인해 대만산 토착 돼지고기의 가격이 올라 명품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만 돼지고기 가격이 더 올라가도 락토파민에 불안해하는 대만인들은 그냥 이를 별말 없이 수긍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돼지고기 사업과 이해관계에 있지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의혹이 제기된다. 토착돼지건 수입돼지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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