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사망한 채 발견된 황팡옌 신광병원 부원장 [중국시보 캡처] |
[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대만 사스(SARS)의 무명 영웅이자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의 국비 돈세탁 혐의에 연루된 황팡옌(黃芳彥) 전 신광병원 부원장이 미국 캘리포이나에서 7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대만 언론들이 28일 전했다.
이러한 소식은 타이중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황중옌(黃重彥)에 의해 알려졌다.
그는 그의 형이 캘리포니아에서 차 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거주 중인 조카로부터 이날 오전 10시 전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발견 당시 그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둔 채 운전석에 앉은 채 숨을 쉬지 않았으며 죽은 지 꽤 시간이 흐른 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의 형 황팡옌 부원장이 3~4일 전 미국에서 실종돼 가족들이 미국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행방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동생 황중옌은 형 황팡옌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약 1년 동안 독거해왔다고 토로했다. 황팡옌은 미국에 아들과 친척, 친구들이 있지만 이들은 그의 여자 친구가 있어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황중옌은 밝혔다.
황팡옌 전 신광병원 부원장(좌) [인터넷 캡처] |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형이 수면제를 복용하고 술을 마시는 습관이 있다며 쇼핑을 위해 가게로 차를 몰고 들어가 주차한 뒤 이 약으로 인한 발작으로 사망했을 것이라고 동생은 추측했다.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9일 황중옌은 형 황팡옌이 차에서 총으로 목숨을 끊은 것이 확인됐다는 조카의 전화를 받았다고 다시 전했다.
사망 소식이 대만에 전해지자 황팡옌 부원장과 각별한 인연으로 알려진 천수이볜 전 총통이 애도를 표했다.
천수이벤 전 총통은 지난 1월 16일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모친의 사망에 애도와 위로를 표했다며 황팡옌이 돌연 사망했단 소식을 듣고 믿겨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천 총통은 또 그는 매우 중요한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무명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SARS는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뒤 2003년 대만에 퍼지면서 대만인들을 긴장시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세계에서 8096건의 사스 감염사례가 발생해 774명이 사망했다. 그중 346건이 대만에서 감염이 일어났다.
[대만 연합보 캡처] |
황팡옌과 천수이볜 전 총통과의 관계에 이목이 쏠린다. 황팡옌 부원장은 천 전 총통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황팡옌은 심장마취수술 전문의로 알려져 있다. 1985년 천수이볜 전 총통의 부인인 우수전(吳淑珍)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국립대만대병원에 재직 중이던 황팡옌이 마취를 담당했고, 재활치료까지 맡았다.
그뒤로 황팡옌과 천수이볜 가족은 두터운 우정을 쌓았다.
차후 황팡옌은 유수전 소유의 다이아몬드를 숨기는 데 도움을 준 혐의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는 2008년에 미국으로 이주한 뒤 대만에 돌아오지 않았다.
황팡옌은 국립대만대 의과대를 졸업한 뒤 국립대만대학병원 마취과장 겸 부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1990년부터 신광병원 설립 준비에 참여해왔다. 그뒤 그는 신광병원 부원장으로 이직했다.
천수이볜은 아내가 중상을 입었을 때 타이난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로 인생의 고배를 마신 순간이었다. 이 때 황팡옌이 그의 곁에 있어주었고, 격려해 준 것으로 전해진다.
그후 황팡옌은 아내를 잃게 됐다. 이 때 천수이볜 가족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등 깊은 관계를 맺었다.
천수이볜이 총통에 당선되자 황팡옌은 총통의 의료진에 포함됐다.
그 뒤 사스 전염병이 발발하자 대만 국군 쑹산병원을 맡았다. 이렇듯 황팡옌은 천수이볜이 크게 의존한 사람이다.
2008년 5월 천수이볜은 총통직에서 물러난 뒤 8월 돈세탁 혐의로 특별수사팀의 수사를 받게 된다. 당시 언론은 황팡옌에게 천수이볜의 가족을 돌볼 것인지를 물었는데,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영원히 , 영원히"라고 말했다.
그뒤 특별조사팀은 황팡옌이 우수전의 보석 등을 은닉한 혐의를 알게 됐다. 하지만 11월 그는 이미 미국으로 도미한 상태였다.
2개월 뒤인 2009년 1월 황팡옌은 미국에서 특별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우수전의 물품을 보관하고 있다고 자백했다.
특별수사팀은 황팡옌이 말한 장소에 가서 외투 주머니에서 보석 75개를 찾아냈다. 보증서가 포함된 5캐럿 다이아몬드도 발견됐다.
여기서 발견된 보석들의 시가는 1억 대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황팡옌은 공식적으로 천수이볜 돈세탁 사건의 공범으로 올라가면서 천수이볜 자금세탁 사건에서 첫 번째 수배 피고인 신분이 되었다.
2009년 3월 18일 특별조사팀은 그에게 2034년 1월 25일(87세)까지 까지 지명수배를 내렸다.
특별조사팀은 해체된 뒤 이 사건은 타이베이지검서 관할이 됐다.
검찰은 황팡옌이 우수전을 위해 2억8천만 대만달러의 자금을 세탁하고 약 1억 상당의 보석 75개를 보관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미국으로 도망처 수배가 내려진 뒤 외교부는 그의 대만 여권을 취소해 버렸다.
미국 영주권을 소지한 그를 대만으로 인도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아울러,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하나 있다. 전해진 바에 의하면, 2019년 미국이 수배자 명단을 대만에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이 명단에는 2034년 1월 25일까지 수배자로 지명된 황팡옌이 누락됐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들은 검찰은 그의 죽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기 위해 미국과 상호 법적 지원을 통해 그의 죽음을 확인해야 하며 검찰이 미국이 보낸 공식 문서를 입수하기 전까지는 그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