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차이나데일리 캡처] |
[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중국이 백신 외교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손에 넣은 대만의 중국산 백신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만은 중국산 백신을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 대만은 3월 15일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 사례가 1천 건도 되지 않는다. 사망자는 10명이다. 대부분 해외유입사례로 기록되어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대만을 방역 모범국으로 칭하고 있다.
중국산 백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
일각에서는 백신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중국산 백신도 구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을 중심으로 일부 국민당 의원들은 중국산 백신을 필히 수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마잉주 전 총통은 "중국산 백신을 거절해서는 안된다"고 부르짖다시피 했다. 그는 대만과 중국이 2010년 '양안의약위생합작협의'를 체결했다고 그 근거를 들었다. 이 협의에는 '전염병방지' 및 '의약품안전관리 및 연구개발'에 대한 협력 매커니즘이 포함됐다. 대만이 필요한 백신을 중국으로부터 확보할 근거가 마련되어 있으니 대만인들의 건강을 위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협의는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
의사 출신 린징이(林靜儀) 입법위원는 "중국과 협의한 내용도 안 읽어 봤느냐? 이 협정도 법률을 위반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느냐"고 쏘아 붙였다. 린 위원은 "만약 중국제 혈청제제라고 생각한다면 인체 백신은 들어올 수 있다. 그런데 2008~2015년(마잉주 총통 재임기간)에 왜 이 법을 수정하지 않았는가"라고 일갈했다. 수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린 위원은 "(조항에) 중국산 백신을 수입할 수 있다"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린 위원은 대만과 중국간 전염병 예방 및 통제에 관한 협력의 범위를 살펴 보면 중국이 협정을 위반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 내용에 양측이 가능한 한 빨리 전염병을 보고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으로부터 문의를 받으면 가능한 한 빨리 대응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 보건 당국 중앙전염병지휘센터의 반응
천스중(陳時中) 위생복리부장(장관)은 줄곧 중국산 백신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 줄곧 그가 밝힌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중국산 백신의 수입은 양안무역 관련 법규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이는 '대만지구 및 중국지구 무역 허가법' 및 '경제부 무역국이 공고한 중국물품 수입 금지 항목 요약표에 의거한다.
또한 대만은 줄곧 중국제 혈청, 혈액 제재와 백신 수입을 개방한 적이 없다. 이번 코로나19 역병 때문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중국산 백신 제조공정에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중국은 과거에 여러 차례 백신 문제가 발생했기에 대만은 이를 개방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천스중 위생복리부장은 "백신에 대해 효과와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당연히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출난 백신이 없고, 과학적 보고서가 발표되지 않아 중국 백신은 우리에게 있어 특별한 흡입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저우즈하오(周志浩) 지휘센터 전염병 감측팀장도 "지난 몇 년간 중국 백신은 유효기간 만료, 백신공장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실제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었는가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사건이 발생한 전력이 있으므로 중국산 백신을 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국민들의 의사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들 대다수가 중국산 백신 도입 및 접종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대만인들의 중국산 백신에 대한 반응
중화아시아태평양청년교류협회는 '중공 양회 및 최근 양안관계 발전'에 관한 설문조사를 3월 9일 발표했다. 이 설문에 따르면 중국산 백신을 수입에 반대한다고 답한 대만인은 61.6%, 찬성한다는 대만인은 24.9%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산 백신이 대만에 들어오면 접종을 하겠다는 사람은 19%에 그쳤다. 76.1%는 접종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4.9%는 의견이 없다고 답했다.
대만은 지지정당 별로 중국에 대한 의견이 천차만별이기에 정당별 응답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당 지지자들이 중국신 백신 수입을 가장 많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당 지지자들은 중국산 백신 수입에 찬성 57.6%, 반대 29.1%, 민진당 지지자들은 반대 89.1%, 찬성 6.7%, 민중당 지지자들은 찬성, 31.4%, 반대 57.1% 소수정당 대만기진당 지지자들은 100% 반대로 나타났다.
중국산 백신 접종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당 지지자 46.5%가 그렇다고 답했고 원치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46.7%로 나타났다. 민진당은 92.5%가 맞을 의향이 없다고 했고 6.5%가 맞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민중당 지지자들은 22.8%가 맞을 의향이 있으며 77.2%가 맞을 의향이 없다고 했다. 시대역량당, 대만기진당 지지자들은 100% 맞지 않겠다고 답했다.
재미있는 점은 국민당 지지자들은 백신 수입을 지지한다가 57.6%였으나 정작 맞겠다는 사람은 46.5%로 나타났다.
대만은 자국산 백신 연구개발 임상 2기 진행 중
현재 대만은 자국산 백신을 개발 중이다. 1개 업체가 임상 2기가 진행 중이다. 이것이 완료되면 대만은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아 접종에 들어갈 방침이다.
또한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6월 중으로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정원찬(鄭文燦) 타오위안시장은 백신회사를 방문한 뒤 이렇게 밝혔다. 천스중 위생복리부장도 이에 대해 낙관적인 요소가 있다고 밝혔다.
대만은 이밖에도 두 업체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산 백신, 뭐가 다를까?
현재까지 중국산 백신이라고 하면 시노백이 개발한 '코로나백'(CoronaVac)을 일컫는다. 이 백신은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해 면역체계를 이에 노출시켜 효과를 얻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인 모더나, 화이자 백신과는 차이가 있다. 모더나, 화이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토대로 유전물질 mRNA를 만들어 활용한다.
시노백의 장점으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처럼 일반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개발 도상국에게 특수 냉동시설이 불필요해 이점으로 꼽힌다.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중국산 코로나백은 과학 학술지 '랜싯'에서 임상 2상 결과까지 공개된 상태다. 논문에서는 임상 1상에서 144명, 임상 2상에서 600명이 참여했다. 시노백은 지난해 9월 1천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실시됐으며 5% 이하에서 경미한 피로감 또는 통증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백의 마지막 임상은 지난해 10월 초 브라질에서 실시됐다. 11월 시험 참가자 중 한 명이 사망해 시험이 중단되기도 했으나 사망 원인이 백신과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며 시험이 재개됐다. 올해 1월 발표된 브라질에서 실시된 임상 3상 결과에서는 코로나백의 효과는 50.38%라고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50%를 넘겨 긴급 사용으로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시노백은 코로나백을 연간 3억 회 분량, 즉 1억 5천만 명에게 접종 가능한 양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백은 2회 접종을 해야 한다.
중국 백신, 외교 수단되다
지난 2월 23일 왕원빈 (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코로나19 백신을 53개국에 무상으로 제공하며 중국산 백신을 구매하고자 하는 27개국에 백신을 수출한다고 밝혔다. 왕 대변인은 중국이 백신을 ‘글로벌 공공 제품’으로 만들어 낼 것이며 중국은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한 최초의 국가’라고 했다.
이날 왕 대변인은 무상으로 제공하는 국가에 파키스탄, 캄보디아, 라오스, 기니, 짐바브웨, 몽골, 벨로루시 등을, 중국산 백신 구입 희망 국가에는 세르비아, 헝가리, 페루,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모로코, 세네갈, 아랍 에미리트, 터키 등을 꼽았다.
중국은 백신 수출 국가의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이다. 중국은 모든 유능한 국가와 손을 잡고 국제사회, 특히 전염병 극복을 위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하기를 희망한다고 대변인은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국제 사회가 조기에 전염병을 극복 할 수 있도록 모든 당사자와 함께 백신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인 22일 왕 대변인은 도움이 필요한 아프리카 19개국에 백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는 중국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지역이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에 20억 달러 규모의 원조를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