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최우선으로 모십니다
장수임 성오과기대 교수
프롤로그
나는 맞벌이 부부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지 않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중국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만에서는 아이와 공연을 보거나, 핫한 키즈 카페를 데려가거나, 일일 체험 같은 활동을 시켜 준 적도 거의 없다. 주구장창 화산1914공원에만 데려간 것 같다. 다행히 올해 여름에는 모처럼 한국에서 꽤 오래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 에정인 아이에게 ‘미취학 아동’으로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을 잊지 못할 추억들로 가득 채워 주자고 결심했다. 이번 여름 휴가 컨셉은 ‘아이를 최우선으로’!
한국 도착
이제 시작해 볼까?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인터넷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시크릿 쥬쥬, 티니핑, 캐리언니 등 어린이 뮤지컬 티켓을 모조리 예매했다. 물론 할인가로!
우연히 지나가다 본 광고를 보고 1991년 미국에서 초연됐던 블루맨 그룹이 한국 투어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잽싸게 또 예매 완료!
"와, 여기도 한국어, 저기도 한국어. 한국어로 쏟아지는 무한한 정보들! 한국...정말 좋다!"
1 교시: 공연 릴레이
<티켓: 위메프 특가로 2층 S석 3만 원에 구매>
< 공연장: 유니버셜아트센터, 아차산역: 공연+어린이대공원 콤보 나들이 추천>
<티켓: 네이버쇼핑 스마트맘스 특가로 VIP석 6만 6천 원을 4만 1천 원에 구매>
<공연장: 강동아트센터, 고덕역: 아트센터 앞에 넓은 풀밭이 있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다>
<티켓:이 공연만큼은 앞좌석에서 제대로 보려고 맨 앞 splash석 구매 (성인 14만 원), 아이 티켓은 청소년 할인 30% 혜택으로. 9만 8천 원에 구매함>
<공연장: 코엑스, 삼성역>
<티켓 정보: VIP석 정가 7만 원, 인터파크에서 40% 할인가로 4만 2천 원에 구매함>
<공연장: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겸사겸사 이대 구경까지 일석이조>
2교시: 물놀이
물놀이 안 좋아하는 아이들이 어디 있겠냐만은 우리 아이 만큼은 물놀이와 수영을 특히 좋아한다. 그럼 뭐다? 여름엔 캐비지~! 네이버 블로그를 뒤적이니 성수기 캐리비안 베이는 ‘물 반 사람 반’으로 사람들에 떠밀리다가 온다는 후기가 너무 많아서 어쩌나 싶었는데 ‘야간권’이 있었다. 오후 4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이용 금액이 2만 2천 원이라기에 당장 구매했다.
당일치기를 생각했다가 밤에 물놀이에 지친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갈 엄두가 안 나서 에버랜드 입구 근처 호텔을 검색했다. 3성급 이상의 호텔은 ‘라마다 용인’과 ‘골든튤립 용인’ 두 곳과 모텔급의 호텔도 몇 개 있었다. 라마다 용인은 평소에는 10만 원 이내로 투숙이 가능한데, 성수기라서 14만 7천 원에 예약을 마쳤다.
<라마다 용인 호텔 디럭스 더블 룸: 루프탑, 수영장, 키즈 놀이터 등의 시설이 있다. >
나와 아이가 야간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블로그에서 본 대로 역시 ‘아침부터 왔으면 물 반 사람 반이었겠구나’ 싶었다. 그 넓은 곳에서 우리는 달랑 웨이브 빌리지와 유수풀 단 두 군데에서만 거뜬히 5시간을 보냈다. 안 갔으면 진짜 큰일날 뻔했다! 축제 기간이라서 웨이브 빌리지에 들어가자마자 운 좋게 플라이 보드쇼도 보고 디제이 파티도 즐겼다. 아이보다 내가 더 신나서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방방 뛰다가 결국 내 목은 쉬어 버리고 말았다.
아쉽게도 사진을 많이 남기지 못했다. 나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안에서 파는 방수팩 사기가 아까워서 ‘사진 몇 개만 찍고 락커에 넣어야지.’ 하고 폰을 그냥 들고 물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파도 한두 번에 물에 흠뻑 젖은 폰은 바로 고장이 났다. 그 놈의 방수팩 2만 원 아끼려다가 폰 수리비로 8만 5천 원을 날렸다. 여기에 간다면 꼭 방수팩을 챙겨 가거나 아니면 안에서 파는 방수팩 사는 것을 잊지 말자.
<캐리비안 베이: Mega Fly Board Show, Mega DJ Pool Party 등 화려한 이벤트들이 가득하다>
이 날 장대비가 왔다. 빗 속에서 즐기는 캐리비안 베이는 뭔가 더 특별했다. 게다가 호텔로 돌아왔을 때, 아이가 스스로 침대에 누워 잠드는 것이 아닌가!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서 잠자리에서도 조잘조잘 떠드는 아이인데 5시간 물놀이의 위력은 대단했다.
원래는 다음 날 바로 캐리비안 베이 옆 에버랜드를 가려고 했는데 날도 흐리고 아이도 너무 피곤하다길래 집으로 돌아왔다. 이 날 이후 사나흘 동안 계속 몸이 마치 두드려 맞은 것처럼 힘이 없었다. 그래도 이 날은 내 인생 정말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
3교시: 키즈카페 놀이
워낙 활동적인 아이는 땀 흘리면서 실컷 뛰어놀 수 있는 키즈 카페(키카)도 정말 좋아한다. 작년에 갔던 잠실역 월드타워에 있는 챔피언더블랙벨트 이야기를 자주 해서 이번에도 데려갔다. 곳곳에 안전을 책임지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조금 큰 아이들의 부모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곳이다.
<챔피언더블랙벨트 월드타워 잠실점>
네이버 블로그에 어떤 아버지가 ‘가 본 키카 중에 실내 규모 TOP3에 드는 곳’이라고 소개해 찾아간 용산역 챔피언 1250. 규모가 큰 만큼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곳이다.
<챔피언1250 아이파크몰 용산점>
장지역 근처 가든파이브 쇼핑몰에는 코코몽 키즈카페가 있다. 이 곳도 아이가 좋아하는 곳이라서 함께 다시 찾았다. 이 곳은 미취학 아동 중에서도 조금 더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 공간도 규모도 아기자기한 곳이다.
우연히 광명 IKEA에 구경을 갔는데 이 곳에서 키즈 카페 도장 깨기의 끝판을 만나게 될 줄이야! 광명 IKEA와 롯데 아울렛점은 연결되어 있는데 롯데아울렛의 1층과 2층에 떡하니 실내놀이터가 있는 게 아닌가. 그냥 지나칠 아이가 아니었다. 그래, 이번 여름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모시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어여 가서 놀아라! 이곳은 아이들이 스마트워치 같은 걸 차고 계속 기록을 측정하며 실시간으로 랭킹도 확인할 수 있다. 딸래미, 만족하니?
<캘리클럽X태그액션 더익스트림 롯데몰 광명점>
4교시: 문화 놀이
작년 여름, 한국에 잠시 다녀갔을 때 태권도에 별 흥미가 없던 아이가 올해는 돌연 태권도를 배워보겠다고 했다. 아마도 줄넘기를 뛰고 점프하는 언니 오빠들의 모습에 태권도를 재미난 놀이로 생각했나 싶다. 도복을 입은 아이를 보는 게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아이를 보며 국뽕에 잠깐 취했다.
사실 대만에 살다 보니 아이 입에 "OO언니", "OO오빠"라는 호칭이 잘 붙지 않는다. 그래서 또래를 만나면 나이 상관 없이 ‘OO야, 야, 너’라고 부르는 탓에 한국 언니 오빠들의 성미를 자꾸 건드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번 태권도 수업에서 태권도는 물론 예의 교육도 해서 아이는 이제 자기 옆구리에 손을 착 대고 “사범님, 감사합니다”라며 꾸벅 인사도 잘하게 되었다.
대만에 와서도 태권도를 계속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 구글을 검색하니 타이베이에 꽤 많은 태권도 도장이 있다. 좋다. 킵고잉!
친구가 요새 인스타에서 핫한 곳이 있다길래 해서 따라갔던 곳이 ‘의정부미술도서관’이다. 이곳 홈페이지에는 “국내 최초의 미술전문 도서관”, “의정부시의 랜드마크로서 민락2지구의 교육, 문화, 평생학습은 물론 선진 도서관 문화를 리드(Lead)하는 종합문화공간”이라고 씌여 있다. 정말 예쁜 곳이다. 근처에 우연히 발견한 카페와 빵집 맛집에서도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의정부미술도서관: 아이들을 위한 독서와 놀이 공간도 정말 잘 되어 있다>
도서관 근처 식사할 곳을 찾다가 거대한 빵집이 보이길래 들어갔다. ‘정직한 제빵소’였다. 특이한 빵들이 많았다. 레스토랑 음식도 깔끔하고 맛있었다. 여기도 핫한 곳일 것 같아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역시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맛집이었다. 역시 트렌드에 민감한 친구를 둔 건 신의 한 수!
<정직한 제빵소: 빵집 옆에 제빵소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있다>
에필로그
다음 주면 ‘Back to Reality, 대만’이다. 다행스럽게도 격리 기간이 줄어서 격리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까, 게다가 한국에서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다니, 믿기 어렵다. 아이도 오랜만에 엄마에게서 받은 특급VIP 대우를 더 누리고 싶은 눈치다. 지극히 컨셉에 충실했던 나의 여름! 나의 한국!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안녕!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