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지금 = 류정엽(柳大叔)]
제목만 들어도 가슴 뛰는 대만 영화. 청설(聽說, Hear Me). 펑위옌(彭于晏)과 천이한(陳意涵) 1982년생 동갑내기 배우들이 이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했다. 조연으로 주연배우들보다 1년 늦게 태어난 천옌시(陳妍希)도 출연했다. 약 10년 전 중화권 스타들에 열광했던 사람이라면 당시 주연배우들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렌 기억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이들은 이제 30대 중반이다.
중화권 영화에 뒤늦게 발을 디딘 나는 수년 전 이 영화를 셀 수 없이 본 기억이 있다. 아직 무르익지 않았던 당시 출연 배우들의 풋풋한 연기력이 그들의 역할을 더욱 돋보이게 했으리라.
이 영화는 대만에서 2009년 개봉해 박스오피스 2천800만 대만달러(약 9천 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듬해 한국에서도 개봉됐다.
펑위옌(티엔커)은 부모님의 도시락 가게를 돕는 착한 청년으로, 천옌시(샤오펑)는 청각장애가 있는 수영선수로, 천이한(양양)은 마임을 하며 돈을 벌며 천옌시를 응원하는 동생으로 나온다.
양양에게 MSN 메신저 주소를 묻는 티엔커[화면 캡처] |
펑위옌은 도시락 배달을 갔다 천옌시를 보고 반해버린다. 펑위옌은 수화하는 천이한을 보고 청각 장애인으로 여겨 수화로 대화한다. 미모 앞에 청각장애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 열혈 청년 펑위옌. 천이한 역시 적극적인 펑위옌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펑위옌은 천이한과 더 많은 소통을 하고자 열심히 수화를 연습한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의 순수함에 설렘을 느꼈다. 마치 초등학교 때 짝꿍을 짝사랑했던 것처럼 말이다. 펑위옌은 사랑에 눈먼 남자의 순수를 보여줬다는 생각도 들었다. 천이한과 천옌시의 모습이 나올 때마다 그들의 미모 때문인지 가슴이 콩닥거리기까지 했다.
영화에서 '수화'를 매개로한 사랑 이야기 외에도 펑위옌의 부모님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펑위옌의 부모님은 펑위옌이 좋아하는 여자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듣고 수화학원에 다니겠다는 말을 하며 아들의 사랑을 그대로 인정한다. 또 펑위옌이 천이한을 자신의 집에 데려 갔을 때 부모님은 천이한과 대화를 하려고 할 말을 미리 공책에 적는 정성까지 보인다.
영화가 보여주고자 한 이들의 해맑은 사랑에서 '장애'의 의미를 되새겨 봤다. 등장인물들이 '소리'대신 '동작'을 이용한 대화로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은 결코 장애가 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이들이 수화를 통해 대화를 할 때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감독이 귀가 아닌 손과 눈으로 듣고 말하는 청각장애우의 감정을 이입시키고자 한 건 아니었는지 다시 생각해본다. 감독은 우리가 판단하는 장애가 결코 장애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그리고, 수화를 소재로 대화가 거의 이루어지기에 극중 대사가 거의 없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