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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군의 횡설수설] 내게 마시멜로는 ‘유혹’(誘惑)이 아닌 ‘미혹’(迷惑)

 

마시멜로 [픽사베이 캡처]

[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초코파이가 먹고 싶었지만

타이베이의 골목길을 걷다 뜬금없이 초코파이가 먹고 싶어졌다. 초코파이의 하얗고 쫄깃한 마시멜로가 내 혀 끝에 닿는 느낌을 상상했다. 그리고 이내 사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결심으로 돈이 굳었다는 행복이 3초 동안 찾아 왔다. 이어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책과 1966년 미국 월터 미셸이 진행한 ‘마시멜로 실험’이 느닷없이 떠올랐다.

책과 실험의 공통점이라면 마시멜로가 유혹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책도, 마시멜로 실험의 뒷 이야기도 모두 우리에게 던져 주는 공통적인 시사점이 있다. 바로 유혹을 이겨 내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야 말로 인생을 성공으로 향할 수 있도록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과 실험을 떠올릴 때마다 마시멜로라는 녀석은 나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생각들은 나를 과거의 여러 순간들로 이끌면서 갈팡질팡하게 한다.  


책 ‘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기업 회장인 조나단과 그의 운전기사 찰리가 등장하며 조나단이 찰리에게 조언해 준 것들을 찰리가 실천한다는 내용이다. 

눈 앞에 마시멜로를 참으면 더 큰 마시멜로가 있다는 것, 성공은 마시멜로라는 것, 이를 위해 나 자신과 싸워야 한다는 것,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책에서는 마시멜로 실험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된다. 실험에서 15분을 기다려 마시멜로 하나는 보상으로 받은 아이들과 15분을 못 참고 먹어치운 아이들의 10년 성장 과정을 비교하니 참았던 아이들이 학업 성적도 뛰어나고 대인관계도 원만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도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접할 무렵 나는 멘토가 필요했다. 누구보다 성공하고 싶었고, 그 성공은 나만이 설정한 기준에 의한 것이었으면 했다.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인정 받기 이전에 내 기준 부합하는 성공을 하고 싶었다. 물론, 명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범위만 있었다. 뭘 해야겠다는 것이 없었다. 

이 책에서 조나단이 마치 내 멘토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내 마음 속 답답함을 알고 있는 것 마냥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이 책을 읽을 때 마시멜로 실험 이야기는 나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지만 기억의 단편으로 남았다. 이 책을 읽은 지인들은 이 책 이야기를 하며 이 실험을 회자했다. 난 미소를 보이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마시멜로 실험’의 미혹 

학업에 목 말랐던 나는 대만에 MBA를 하러 왔다. 대만 중소기업들이 이끄는 대만 경제는 대기업에 의해 주도되는 한국 경제와 확실히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케팅과 소비심리 등에 푹 빠져 있었다. 학술지와 언제든지 마음껏 대출할 수 있는 최신 원서들이 배움의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이 와중에 마시멜로 실험을 다시 접하게 됐다. 

마시멜로 실험은 1966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월터 미셸(Walter Mischell)이 유치원생 6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이다. 이들이게 마시멜로 하나를 주고 15분을 참은 아이들에게 두 개의 마시멜로를 준다고 한 실험이었다. 결과는 30퍼센트의 아이들만이 이 15분 동안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냈다. 

간단한 실험이지만 후속 연구가 눈길을 끌었다. 마시멜로 실험 참가자들의 모습과 상황에 대해 수십년간 추적이 이루어졌다. 앞서 말한 책에서도 안급된 것처럼 유혹을 견뎌낸 30%는 뛰어난 학업 성적을 보였다.

그뒤 2011년에 추적한 연구결과에서는 유혹을 견딘 30%는 가정, 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지만 유혹을 참지 못한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비만, 가정불화, 약물 중독 등 힘겹게 살고 있었다.

45년 전 실험에 참가한 남매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마시멜로를 먹어버린 오빠는 아등바등 어렵게 지내고 있는 반면 마시멜로 유혹을 이겨낸 여동생은 아이비리그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해 교수가 되어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읽은 나는 수년 전 한국에서 읽었던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은 후 마시멜로 실험에 감흥이 앖단 느낌을 되짚었다. 

성공이라는 단어에 인내라는 조건을 부각시키고자  이 마시멜로 실험이 사용되었다. 이 실험의 본래 목적은 인내력 기르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있었다. 실험에 참가한 유치원생들 중 약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학습 등을 통해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마시멜로를 만저 먹어버렸거나 먹지 않고 참지 않았을까? 첫째, 마시멜로를 안 좋아하거나 배가 부르다는 등의 이유로 먹고 싶지 않았거나,  마시멜로 하나만 먹고 싶지 두 개는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전자라면 잘 참는 부류에 들어 갔을 테고, 후자의 경우라면 두 개가 필요 없으니 그냥 하나를 만저 먹어버려 못 참는 부류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둘째,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 중 15분을 기다리지 못한 아이들의 일부는 어쩌면 15분 뒤에 마시멜로를 하나 더 준다는 말을 믿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당연히 먼저 먹어 치우는 편이 낫다. 셋째, 마시멜로 따위에는 애시당초 관심조차 없었을 수도 있다. 15분간 관심이 다른 데로 갔다가 의도치 않게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게 되었을 수도 있다. 

실험 참가자들의 자세한 속내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실험에 참가한 유치원생들이 모두 동일 집단 출신이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 운영하는 유치원이었고 이들은 교수와 대학원생들의 자녀였다.

1980년대 실시한 2차 실험의 경우 참가자수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1차 실험과 동일한 653명이 2차 실험에 참가해 모두 성적표 따위를 제출한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사실은 1차 실험 참가자 중 185명이 2차 실험에 참가했고, 대입(SAT) 성적표를 제출한 참가자는 94명이었다. 

당시 나는 이를 접하고는 환경적 요인이 무시된 실험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시멜로는 마치 '참으면 다 성공한다'는 공식처럼 퍼져 나갔다. 그리고 성공을 위해서는 유혹에 참아야 하고 이는 곧 고통이나 다름 없다며 결국 성공은 고통을 참으면 등장한다는 말도 들려 왔다. 고통만 참는다고 성공이 올까? 성공을 위해 고통도 참고 견뎌내야 하는 게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가 아닐까?  


인(忍)과 함께

마시멜로는 참음과 관련된 도처에 널린 모든 구절들을  떠오르게 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고진감래(苦盡甘來). No Pain, No Gain. 

성경에도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요“라는 구절이 있다. 불교 육바라밀경에서 부처는 “참지 못할 것을 참는 것이 만복의 근원”이라고 했다. 논어 위령공에서 공자는 “작은 일을 못 참으면 큰 일을 그르친다” (소불인즉난대모, 小不忍則亂大謀)고 했다.

그리고 마시멜로 이야기는 내가 처음 마시멜로를 맛 본 초등학교 4학년 시절로 시간을 되돌린다. 친구가 건넨 마시멜로 한 덩어리를 입에 쏘옥 넣었다. 괴상망측한 부드러움과 참을 수 없는 달달함이 날 경악하게 만들었다. 먹자마자 뱉었다. 내가 맛이 없다고 말하자 친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애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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