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적의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마린트래픽 캡처] |
[대만은지금 = 류정엽(柳大叔)]
북한에 기름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만 선박업자가 가오슝(高雄) 지방검찰로부터 기소됐다고 4일 대만 언론들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검은 빌리언벙커스그룹의 실질적 책임자인 천스셴(陳世憲) 회장이 운영하던 선박이 4차례 북한에 기름을 판매, 이를 감춰온 혐의로 업무등재부실죄 등을 적용했다.
천 씨는 빌리언 18호, 빌리언 88호를 운영해왔다. 빌리언 18호는 지난해 1, 2월 각각 7천900톤, 7천896톤을, 88호는 지난해 2월과 12월에 각각 4천133톤, 7천500톤의 석유를 대만 타이중 항구에서 구매한 뒤 이를 홍콩에 수출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4차례에 걸쳐 대만에서 구매한 2만7천400여톤의 석유는 홍콩이 아닌 엉뚱한 동중국해로 향했다.
검찰은 해당 선박들이 중국인 '다황'(大黃)과 '아디자이'(阿弟仔)라는 석유중개업자와 연락했고, 입금이 확인된 뒤 해상에서 석유를 북한 선박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관련한 거래내역도 확인했다.
빌리언스정유그룹은 제3국에 선박회사를 운영해왔다.
기소문에 따르면 천 씨는 대만이 빌리언스정유그룹의 실질적 책임자로 빌리언 18호는 영국령인 버진 아일랜드에 등재된 벙커타이완그룹(Bunker Taiwan Group Cooperation)에, 빌리언스88호는 마셜제도에 등재된 빌리언벙커그룹(Billion Bunker Group)에 속해 있었다.
이럴 경우 빌리언스 18호와 88호는 대만 국적 선박이 아닌 회사 등록지의 국기를 달고 운행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천 회장은 홍콩 국적 선박인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方向永嘉號)를 임대해 운영하던 중 공해상에서 북한과 유류 거래를 하다가 미국에게 포착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대북제재에 동참한다고 선언한 대만은 즉각 선박 소유주를 밝혀냈고, 천 회장과 관련된 자금을 모두 동결시켰다.
대만 정부가 수사망을 좁혀 오자 천 회장은 자택에서 수면제로 자살기도를 했다. 구조된 천 회장은 "중국에게 당했다"며 북한에 석유를 판매한 사실을 부인했다.
아울러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와 관련된 출항 기록은 대만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검찰은 해당 선박에 관해 집중 수사 중이다.
지난해 9월 라이칭더(賴淸德) 행정원장은 무역법에 의거해 북한과의 수출입을 전면 금지하는 데 승인했다.
북한과 대만의 교역액은 최근 5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교역액은 2012년 5천291만 달러에서 2016년 1천270만 달러로 바짝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