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코로나19 백신이 부족한 대만이 최근 수령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지방정부로 분배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백신이 대만에 도착할 때마다 이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각 지방정부는 더 많은 백신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집권당인 민진당이 아닌 경우 거기에 국민당 소속 정치인이 지방정부를 이끌고 있는 지역에 할당된 백신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백신의 할당되는 기준에 대해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없어 보인다. 인구수, 연령, 확진자, 의료인 등이 고려된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백신 15만 회분에 대한 지방정부 분배 계획을 중앙정부가 발표했다. 타이베이시에 2만2천 700회분, 신베이시에 1만8천 회분이 할당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된 타이베이시와 신베이시에 백신이 집중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하지만 가오슝시에 할당된 백신을 보면 2만1천 회분이 할당됐다. 확진자가 상당히 적은 가오슝시에는 이렇게 할당됐다. 정치적인 요소가 작용했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 부분이다.
타이베이시는 민중당, 신베이시는 국민당 소속 시장들이 집권하고 있는 반면에 가오슝시는 국민당 한궈위 전 시장이 파면된 뒤 민진당 천치마이가 시장직에 올랐다.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자 중앙전염병지휘센터는 타이베이시와 신베이시, 가오슝시에 그간 할당된 백신의 양을 표로 만들어 공개했다. 공개된 표에 따르면, 타이베이시는 7만9200회분, 신베이시는 6만7300회분, 가오슝시는 5만4800회분이 할당된다.
이와 관련 대부분 언론들이 신베이시보다 가오슝시가 이번에 할당된 백신이 더 많다는 기사를 쏟았다.
그러자 민진당 비공식 기관지인 자유시보는 29일자 신문에 솽베이(타이베이, 신베이)의 백신량이 가오슝보다 높다는 제목으로 가오슝시 백신 문제를 잠식시키고자 했다.
[자유시보 캡처] |
누구는 신베이시보다 가오슝시가 인구가 더 많기 때문이라는 소리도 한다. 신베이시 인구는 지난해 기준 403만여 명이지만 가오슝시 인구는 276만5천여 명이다.
확진자를 기준으로 봐도 신베이시가 가오슝시보다 월등히 많다. 29일만 해도 신베이시가 224명, 가오슝시는 1명이다.
일부는 과거 신베이시가 가오슝시보다 백신을 더 많이 할당 받았기에 이번만큼은 적게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 지방정부 중 가오슝시와 인구가 비슷한 타이중은 어떨까? 인구수로 보면 타이중이 가오슝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타이중시의 인구는 가오슝보다 5만 명 이상 많은 282만여 명에 달한다.
타이중시는 백신을 얼마나 할당 받았을까? 타이중시는 국민당이 집정하고 있다. 루슈옌(盧秀燕) 타이중시장은 중앙정부로부터 1만7500만 회분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29일 타이중시의 확진자는 33명에 달했다. 같은날 가오슝시 확진자수와 비교하면 무려 33배에 달한다.
백신 분배는 확진자수, 인구수, 의료인구수, 감염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군다나 중앙정부가 자체 개발한 용어인 '교정회귀'라는 방식을 더한다면 타이베이시와 신베이시에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백신이 우선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라면 상식이다.
정치적 요소가 개입되었다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정부는 8월말까지 1천만 회 백신을 대만이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국민들 앞에 약속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촉구했다. 하지만 1천만 회분의 백신 확보를 100% 장담할 수는 없어 보인다. 앞서 행정원은 백신이 비행기에 실리기 전까지 모든 것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방역 실패와 백신 논란에 정부가 꺼내든 것은 구제진흥책4.0 카드다. 예산을 투입해 피해 기업, 일부 근로자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책 내용보다 이 혜택의 수혜자에 관심이 더 쏠린다.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말과 함께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여기서 사람은 '내 사람'이다. 즉, 갑이 사람 취급을 할 수 있는 동등한 위치에 있는 갑 말이다. 갑에게 있어 기회도 평등하고, 과정도 공정하고, 결과도 정의롭기만 하다.
차이잉원 총통은 2021년 신년담화에서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책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