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진상헌]
'백신, 비트코인' 최근 한국 언론사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이다. 그리고 그다음에 매주 1 ~ 2회는 오르락내리락하는 이슈가 바로 '전동 킥보드'가 아닐까 싶다. 먼저 이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나는 전동 킥보드 반대론자이다. 킥보드 자체가 편리한 교통수단 중 하나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시스템과 국민 의식이 따라 올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나의 의견이 찬성론자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 글의 주제는 제목 그대로 '대만에 킥보드가 없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1인 스쿠터 한 개 이상 보유한 국가 대만
가구당 평균 1.6대, 등록 대수로 따지면 약 1,500만 대를 육박하는데, 이는 21년 기준 대만 인구가 2,300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성년자를 제외한 모든 성인들은 한 대씩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전체 대수로 보면 인구 1억 명을 육박하는 베트남이나, 2억 명이 넘는 인도네시아보다는 적지만 인구 대비 보유수는 세계 1위이다. 그리고 이것이 '대만에서 킥보드가 없는 제일 큰 이유' 이기도 하다.
대만의 스쿠터 문화와 시스템에 대해서
대만에 처음 갔을 때 느낀 문화 충격이 바로 '오토바이가 무척 많다'라는 사실과 더 큰 이유는 '모든 운전자들의 헬멧 착용'이라는 것이다.
<대만은 스쿠터 운전 시에 헬멧 착용이 거의 99.9%이다> |
위 사진이 내가 대만에 처음 갔을 때 내 눈에 들어온 모습이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의무적으로 착용을 해야 하고 미착용 시 벌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개개인의 실천과 법적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도 현실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미착용 상태가 많고 단속도 그렇게 자주 이루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제일 좋은 것은 자율적으로 지키는 것이지만 내가 아는 또 나를 포함한 인간이라는 존재는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규율이 없으면 느슨해지는 동물이기에 각 나라마다 환경에 맞는 법과 시스템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교통 시스템 관련해서 제일 모범적인 사례 중 한 곳이 대만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 또한 개개인이 조심하는 것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 사실은 법이 있고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안전 불감증이 넘쳐 나는 곳? '대만의 스쿠터 문화'
<2명이 탑승하는 경우에도 각각 헬멧을 쓰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된다> |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한국은 '안전 불감증'에 대해서 상당히 둔감한 편인 듯하다. 그에 비해 대만은 안전 불감증이 넘쳐나는 나라인 것이다. 뭐, 이런 거다. "너 정말 싸가지가 많구나"
스쿠터가 많은 만큼 사고 또한 빈번하다.
다들 벌금을 부과받지 않기 위해서 헬멧을 착용하기도 하지만 안전에 대한 의식도 한몫한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넘쳐나는 스쿠터 때문에 사고는 필연적이다. 얼마 전에는 만 19세 청년이 무리한 운전으로 트럭에 깔려 즉사를 하기도 했고, 내가 대만에서 거주하면서 눈 앞에서 목격한 오토바이 사고만 해도 몇 차례나 된다. 특히 첫 목격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신호가 없는 사거리에서 서로 다가오던 오토바이들이 부딪히는 모습은 내 눈에 마치 '당구대에서 흰공이 빨간공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 같았다. 다행인 사실은 비교적 느린 속도였고 무엇보다 헬멧을 쓰고 있었기에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한국도 점점 늘어나는 스쿠터(라이더님들)와 킥보드 (2인 탑승과 헬멧 미착용)에 대해서 변화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스쿠터 '전용도로'와 '전용주차장'
<스쿠터 전용 주차장, 1인 1대가 원칙이지만 자리가 없으면 비좁은 틈 사이에 끼워넣기도 한다> |
대만은 넘쳐나는 오토바이를 통제하기 위해서 큰 도로에는 오토바이 전용 도로를 따로 만들고 수많은 오토바이가 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용 주차장을 곳곳에 마련을 했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규정을 위반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도 공유 킥보드 전용 구역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아니었을까?
대만 경찰의 공권력
믿기 힘들겠지만 대만은 새벽 1시에 클럽 음악을 끄고 조명 대신 형광등을 켜고 신분증 검사를 하는 나라 이기도하다. (주된 이유는 마약 단속이긴 하지만) 어쨌든, 시민들이 이에 아무런 저항이 없는 것을 보면 공권력의 힘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 주제와는 좀 다른 이야기지만 경찰들이 무단 횡단하는 시민들에게 벌금까지는 아니더라도 혼내는 모습을 보면서 또 고개 숙이고 잘못을 인정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대만이 코로나라는 어려운 시국에도 잘 이겨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게 하기도 한다.
마무리하면서
내가 킥보드를 처음 본 것은 태국 치앙마이에서였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붐비는 방콕과 다르게 조용히 사색을 즐기고 거닐기 좋은 시골 마을인 만큼, 대중교통도 마땅치 않았기에 20밧 정도를 내고 이동하는 공유 킥보드가 딱 어울려 보였다. 그리고 작년에 한국에 돌아와 보니 치앙마이에서 봤던 공유 킥보드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공유의 행위 그 취지 자체는 좋지만 문제는 시장만 커졌지. 그 이후에 발생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킥보드의 사회적 문제점과 잘잘못을 따지고 대만에 킥보드가 있고 없고 보다는 그들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 비록 그들의 문화가 강력한 공권력과 국가적 시스템 아래 정착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개개인은 벌금을 내기 싫어서 쓰기 싫은 헬멧을 쓰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우리가 본받을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따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스템이 없는 사회는 결국에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속에서 무너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편리함 뒤에는 누군가의 불편함 혹은 피해를 유발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양치하면서 무의식 중에 흘려보내는 수돗물처럼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킥보드가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편리해졌을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누군가는 도보를 걷는 것도 조심스럽고 저 멀리서 킥보드가 보이게 되면 사람이 걸어야 할 보도 위를 사람이 피하게 된다. 대만을 보면서 더 나은 한국을 꿈꿔본다.
[원문 출처: https://brunch.co.kr/@kingka840625/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