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허환산에서 스키 타는 대만 남성 [石明謹 페이스북] |
[대만은 지금 = 류정엽(柳大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출국이 힘들어졌다. 그간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출입국이 힘들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에 벚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됐다. 벚꽃을 상상하다 눈 덮인 고향 서울이 떠올랐고, 갑작스레 더워진 대만 날씨에 어릴 적 겨울마다 갔던 스키장이 떠올랐다.
수년 전 나는 대만에만 줄곧 살아온 대만인들에게 눈을 본 적이 있느냐고 짓궃게 물은 적이 있다. 물론 이들은 없다고 답했다. 이렇듯 대만과 한국과의 큰 차이 중 하나는 기후일 것이다. 대만 겨울은 습하고 비가 온다. 실내에는 난방시설이 대부분 갖춰져 있지 않아 뼛속까지 시린 겨울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대만 고산지대에서는 눈이 내린다.
지난 겨울만 해도 고산지대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곳곳에서 눈이 내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대만인들은 눈을 보러 위험을 무릎쓰고 차를 끌고 이곳으로 향했다.
고산지대에 눈이 내린다면 스키장이 있을 것 같지만 찾아볼 수 없다. 해발 3천 미터 고산 지대에서 타는 스키는 짜릿할 것 같은데 말이다.
과거 대만에는 스키장이 있었다. 리프트도 있었다.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사진이 지난 겨울에 인터넷에 올라와 대만인들을 흥분시켰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 대만 허환산(合歡山)에는 스키장이 있었다 내용을 담은 글과 사진이었다.
한 대만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1971년 허환산에서 스키를 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현재 대만인들은 스키를 타려면 해외로 가야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들이닥치기 이전만 해도 대만에는 남부럽지 않는 스키장이 있었다고 했다. 중부 난터우(南投)와 동부 화롄(花蓮) 경계에 위치한 허환산의 높이는 해발 3416미터에 이른다.
그는 당시 자신의 아버지가 낙하산 전문 군인이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육군 항공 특수부대 사령부 소속으로 이곳에서 스키 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대만 중화민국은 장제스의 꿈인 중국 수복을 실현하고자 했다고 그는 전했다.
올해 1월 11일 허환산에는 6센티미터의 눈이 쌓였고, 12일 10센티미터의 눈이 쌓였다. 일부 언론들은 이를 두고 "겨울 최대의 폭설"이라고 칭했다.
1971년에 허환산에서 스키 타는 모습이 찍힌 한 남성 뒤로 보이는 설경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흑백 사진이 아니라 컬러 사진이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대만 허환산 스키리조트 모습[중화민국스키협회 캡처] |
중화민국 스키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1960년 허환산에는 군사 훈련용으로 스키장이 만들어졌다. 1963년에는 중화민국 청년등산협회가 스키 활동을 조직했고, 당시 스키장비는 육군으로부터 빌렸다. 같은 해 12월 임업국의 지원으로 중화민국스키위원회와 대만성체육회스키협회가 탄생했다. 이들은 스키를 대중 스포츠로 이끌었다. 1966년 이곳에는 400미터 길이의 리프트가 들어섰고, 정식으로 스키장 다운 모습이 갖춰졌다. 이어 1974년에는 스키훈련센터가 건립됐다.
기후가 변하지만 않았어도 대만인들은 겨울마다 스키를 즐기러 이곳을 찾지 않았을까? 어쩌면 세계인들로부터 북회귀선에서 즐기는 관광상품으로 사랑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눈 내린 한국을 그리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허환산에서 스키를 즐기는 대만인 [중화민국 스키협회 캡처] |
리프트가 있던 흔적 [neversummer 사이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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