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금>은 2018년 2월 한참의 추위가 가고 따스한 어느 날 대만에서 4번째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타이베이에 잠시 들른 김효산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현재 부산에 있는 고신대학교에서 사진 강의를 하며 작품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그럼 김효산 교수님이 만난 대만 이야기를 떠나보자. 다음은 김효산 교수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대만에서 자전거 일주를 하시게 되셨나요?
20대에 갓 대학을 졸업하고 첫 해외여행으로 대만에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열심히 책을 보며 찾아다녔었죠. 그러다가 오랜만에 대만에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대만 관광청에 문의하니 대만 야영 관련 정보를 많이 주더라고요. 처음에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준비했습니다. 보통 도시에선 호텔에 묵어야 하는데 대만은 숙박비가 그리 비싸지 않은 것 같고 야영도 해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는 것이 제 꿈인데, 대학 시절 등산 다닐 때 이후로 야영을 해보지 않았기에, 연습 삼아 대만에서 자전거를 타고 야영을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결국, 대만에서 처음으로 야영을 함께한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신주(新竹)시에 위치한 17km해안풍경구(17公里海岸風景區)[김효산 촬영] |
▲대만에서의 첫 자전거 여행은 어땠나요?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가격도 비싸지도 않고, 길도 좋고, 사람들도 좋았습니다. 일본도 아주 친절하지만, 왠지 교육을 받아서 친절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대만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한번은 타이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오슝으로 가는데 타이어가 찢어져 있어서 고쳐줄 곳을 찾고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 있길래 자전거 보여주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길만 가르쳐주면 되는데 말이 안 통하는데도 같이 자전거 가게에 가주겠다고 하더군요. 한참을 걸어서 자전거 수리하는 곳에 갔는데 9시 반에 문을 아직 안 열었더라고요. 다른 한 군데를 더 걸어갔는데 타이어가 맞는 게 없어서 고칠 수 없었습니다. 근데 오히려 대만 친구가 미안해하더군요. 그 친구는 자기가 가는 길도 못 가고 30분 정도 지체됐는데도 말이죠. 대만 사람들은 도와주고 싶은데 도움이 안 되니 자기들이 미안해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도와주면서도 미안해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래서 대만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았습니다.
▲대만 여행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대만 여행의 매력은 바로 사람들의 친절함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다자성농후이슈셴무창(大甲省農會休閒農牧場)이라고 4년 연속 간 곳이 있는데, 작년에 가니 공사한다고 못 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직원들이 10km 떨어져 있는 야영장까지 태워줬습니다. 그곳에 이야기까지 해주면서 도와줬습니다.
다른 야영장에서 과일도 챙겨주고, 어떤 야영장 아가씨는 도시락 먹으라고 챙겨주려고 했고요. 첫 여행에서 문 닫힌 교회 앞에서 야영한 적이 있는데, 세 번째 갔을 때 교회 옆 사무실 사람이 저를 기억하고 커피를 사주더군요. 두 번째 여행 때부터 기념품 사서 기억하는 분들에게 선물을 챙겨드렸는데, 이분에게도 챙겨드렸습니다. 그러니 이 분이 이번에는 지파이(雞排)를 사주셨습니다.
재작년 구정 때 타이중 산허롄슈셴카페이(山河戀休閒咖啡) 야영장에 갔는데 야영장 사용료가 700 대만달러라고 하던데 500 대만달러만 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저를 보더니 다시 500 대만달러를 돌려주었습니다.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또 기념품을 주고 사진을 찍고, 작년에 다시 갔는데, 일 년에 겨우 3번 문 닫는데 마침 그때 간 것이었습니다. 근데 주인아저씨가 저를 보더니 기억을 해주시면서 문을 열어주고 장 쉬었다 가라고 하시더군요. 올해는 비가 오니 비가 안 맞는 곳에 텐트를 치게 해주시고, 저는 프린터 해 온 사진을 챙겨드리고 선물도 드리고 그렇게 정을 나눴습니다.
▲올해 자전거 여행은 어땠나요?
올해가 네 번째였는데, 올해는 너무 추워서 힘들었습니다. 대만에서 겨울에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날씨가 좋기 때문이었는데 말이죠. 이번에 너무 추워서 내년에 또 올지 말지 고민 중입니다. (웃음) 이번에는 또 큰 지진도 겪었네요. 사실 이번 화롄 지진으로 무너진 마샬 호텔이 제가 작년에 묶었던 곳이어서 더 놀랐습니다. 재작년에는 2월 6일 새벽에 개가 짖는 소리에 놀라서 깼는데, 바로 지진이 나더군요. 야영하는 곳 옆에 있던 의자가 막 흔들렸습니다. 나중에 보니 타이난이 지진 진앙지에서 90km 떨어진 곳이었더군요.
▲네 번이나 오셨지만 아직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난터우(南投)에 위치한 런아이향(仁愛鄉)을 한 번 더 가보고 싶습니다. 제가 대만 영화 '사이더커 바라이'(賽德克·巴萊, Warriors of the Rainbow Seediq Bale)를 감동 깊게 봐서 그 현장에 가보고 싶어서 갔는데 해발 1,400m에 위치한 곳이라 너무 춥고 힘들어서 오래 머물지 못했었는데 다음에는 다른 계절에 한 번 더 가서 제대로 구경하고 싶습니다.
▲블로그 여행기를 보니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시던데요?
네, 자주 이용합니다. 대만 편의점 중에 세븐일레븐이 가장 많고 편리해서 자주 애용했습니다. 어디에든 있더군요. 먹거리도 많고요. 화장실도 있고요. 숙소를 잡으면 식당에 가지만 보통 야영을 하면 편의점 음식을 자주 먹었습니다. 취안롄(全聯)에도 자주 갔습니다. 물가도 싸고 물건도 많고 한국 라면도 많더군요. 딩하오(頂好)는 물건도 안 많고 비싸기만 하더군요. 올해는 라면을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후라이팬을 들고 와서 냉동볶음밥같은 것도 사서 해 먹었습니다.
▲한국인에게 추천하는 대만의 도시가 있다면?
가장 추천하는 곳은 타이난(臺南)입니다. 관광은 타이베이가 좋지만, 타이난은 타이완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니 그곳에서 역사를 볼 수 있고 볼거리도 많습니다. 성의 흔적들, 오래된 집, 제일 추천하는 곳이고 안핑성(安平城) 골목들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타이난(臺南) 시내에 있는 란사이투문창원구(藍晒圖文創園區·Blueprint Culture & Creative Park)[김효산 촬영] |
▲좋아하는 대만 음식이 있나요?
대만 뷔페식인 즈주찬(自助餐)을 좋아합니다. 혼자 여행하면서 간단하게 먹기에 적당한 것 같더라구요. 밀크티도 좋아합니다. 보통 하루에 한두 잔씩 마십니다. 버블(쩐주)도 넣어서요.
▲이번 여행을 통해 대만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전기오토바이가 많이 늘었더군요. 한국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50란(50嵐) 음료수 가게에도 중국어 메뉴밖에 없었는데 타이베이에는 한국어 메뉴판도 있더군요. 시장에 김치 파는 곳도 많아졌고, 한국 라면도 엄청 많아진 것 같습니다.
▲중국어는 잘하시나요?
제가 할 줄 아는 중국어는 '니하오마'(你好嗎,안녕하세요), '팅부동'(聽不懂, 못 알아듣습니다) '도샤오치엔'(多少錢,얼마입니까?) 정도네요.
대만 최남단 핑둥현(屏東縣)에 있는 헝춘(恒春) [김효산 촬영] |
▲대만에서 자전거 일주를 하려는 <대만은 지금> 독자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필수로 준비해야 하는 물건도 있겠지요?
저는 일본,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등 8개국에서 자전거 여행을 했습니다. 세계 일주라는 목표를 가지고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데, 자전거가 친환경적인 방법이고 돈도 절약되고 좋은 것 같습니다.
대만은 초보자가 자전거 여행하기에 좋습니다. 대만 동부가 좀 길이 위험할 수 있지만, 대만은 대부분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고 한국보다 안전합니다.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이렇게 세 길을 따로 놔눠둔 길도 있어 안전합니다.
다른 동남아 국가는 위험하기도 하고 양보도 잘 안 하고 오토바이도 또 너무 많습니다. 일본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많지만, 시외로 나가보면 도로가 좁은 편이고 인도에서 타야하는 경우도 많아서 조금 힘듭니다. 그래서 정말 대만 자전거 여행을 추천하는데, 스스로 자전거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을 배워서 올 수 있다면 대만에서 꼭 한번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길도 좋고, 안전하고, 체력과 시간이 허락된다면 대만 일주를 2주 만에 끝낼 수 있습니다. 짧은 코스로 일주를 하면 1주일에 900km, 긴 코스는 1천500km로 환도가 가능하거든요.
참고로, 자전거 여행에서 필수품들은 텐트, 침낭, 매트리스, 버너, 코펠, 음악 들을 수 있는 스피커, 간단한 공구, 그리고 추위와 비를 대비한 것들입니다. 일반적인 야영장비하고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대만에 오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조언이 있나요?
위에서 추천한 타이난(台南) 말고도 북부 쪽에선 잉거(鶯歌), 산샤(三峽), 다시(大溪)는 사람도 많지 않고 좋습니다. 타이중(台中) 지지선(集集線)도 추천합니다. 루강(鹿港)도 괜찮고 지아이(嘉義) 시내도 좋습니다.
대만은 사람들이 별로 가지 않은 나 혼자만의 여행을 할 만한 곳이 많으니 다른 곳도 많이 가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블로그 보고 남들하고 똑같은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산샤(三峽)라오제[김효산 촬영] |
김효산 씨가 대만에서 타고다닌 자전거[김효산 촬영]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대만은 옛 건물들을 부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머물러 있는 그런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빨리 변하는 시대에도 이렇게 많은 대만분들과 인연을 맺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많이 가봤지만 대만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또 오고 싶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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